이미지 크게보기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전경.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에너지학계 전문가들
“공론화委 구성은 요식행위
비전문가 뜻대로 정책 추진”
‘脫원전 반대’ 집단행동 시사

매몰費 2조6000억 훨씬 넘어
중단부담은 결국 납세자들 몫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과 영구 건설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설치 발표에 대해 원자력·에너지 학계 전문가들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탈(脫)원전’ 반대 집단행동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위한 공론화위 구성은 합법적으로 진행된 절차를 뒤집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속도전식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밀어붙인다면 전문가들도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도 원자력·에너지 학계 전문가 230명이 ‘탈원전 정책’ 재고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원자력발전에 대한 여러 사실을 왜곡하고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없는 비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는 국책사업 변경 절차의 정당성과 이로 인한 세금 낭비를 지적하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매몰 비용은 정부가 예상한 2조6000억 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총 매몰비용(5월 말 기준)이 이미 집행한 공사비 1조6000억 원과 보상비용 1조 원을 합한 2조6000억 원이라고 밝혔으나, 여기에는 공사 참여 및 지역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직간접적 피해에 대한 소송과 각종 이자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승인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전문가 심사를 통해 승인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건설이 진행된 공사를 전문가를 도외시한 채 여론을 우선시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뒤집겠다는 것은 정부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라며 “그에 따른 모든 비용부담은 결국 납세자에게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