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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가동 스위치 다시 켜고
에너지 안보·경제적 비용 고려
英·中·러·印 줄줄이 추가 건설

지난 2011년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이 탈원전을 선언하는 등 원자력 발전은 한동안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지만 이후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전 건설과 가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성과 기후변화 대응 면에서 다른 방식의 발전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2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영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오히려 친(親)원전 정책을 수립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원전 신규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기도 했으나 이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을 86%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15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20년간 노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한 뒤 2030년까지 신규 원전으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인 영국은 보유하고 있는 잉여 플루토늄을 소모하기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한 실정이다.

원전 폭발 사고의 당사자인 일본은 탈원전을 선언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원전 증설과 보수를 통해 전력원 중 원전 비율을 20~22%로 늘리고 종래 80% 이상을 차지하던 각종 화석연료 화력발전은 56% 정도로 낮추기로 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자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을 2010년 26%에서 2015년 0.3%로 대폭 낮췄다. 원전의 빈자리는 석탄과 가스가 채웠다. 이 결과 일본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20.37엔에서 24.21엔으로 19% 올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13.65엔에서 17.65엔으로 29% 뛰었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 역시 전기요금 인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키로 발표한 바 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0년 MWh당 244유로에서 2015년 295유로로 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19유로에서 149유로로 2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각각 37기, 36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신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앞으로 48기의 원자로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러시아도 2030년까지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 비중을 25%에서 30%로 높일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2012년 가동 원전 15기의 수명을 2030년까지 연장, 운용할 계획이다. 10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스웨덴도 신규 원전 건설 금지 정책을 최근 철회했다.

한편 글로벌 원전 건설 시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거의 초토화됐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아레바 등 기존 강자들은 수조 원 규모의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인수·합병(M&A)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거나 정부 보조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시장 공백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국영 기업들이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원전 건설 능력과 운영 경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에서 실력을 과시한 한국에는 기회의 시장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시험대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