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硏 등 보수가치 토론회

“보수 표방하고도 정체성 모호
경제민주화 등 따라가기 급급
보수청년 다 사라지게 만들어

대처·메이저·캐머런 등 배출
英보수당 실용·소통 배울 만”

“감 떨어질 날을 기다리며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좌파의 ‘헛발질’에 편승해 이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교수)

“정부·여당의 실패로 되살아나는 데 그치지 말고, 인물과 이념으로 무장한 영국 보수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김주성 한국교원대 전 총장)

23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산하 여의도연구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보수 가치 재정립 1차 토론회에서는 대선 참패와 보수 분열을 겪고서도 당권투쟁에 골몰하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보수정당의 정체성 및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며, 유연한 실용주의로 자기혁신을 계속해 온 영국 보수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파의 가장 큰 관심은 자신들의 재선(再選)과 권력 유지”라며 “‘잘살아보세’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에 고민한 흔적이 없고, 대중영합주의에 맞서 싸운 마거릿 대처의 결단력과 철학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도 “보수를 표방했지만 무엇을 보수 유지해야 하는지 목표가 정확하지 않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만들어 낸 경제민주화 정책을 따라가기 분주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남을 모방하기 급급하다면 그런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보수 가치 학습·토론 및 정책제시 △뉴라이트 운동의 재발진 △보수주의 풀뿌리 시민운동을 제안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스스로 지지세력을 만들지 않고 다수 대중의 중간에 서면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며 “그 결과 영 리퍼블리칸(Young Republican)이나 영 컨서버티브(Young Conservative)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보수정당의 조직과 국회의원이 지역 대학이나 청년들에게 보수이념을 지향하는 단체하나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며 “학습 및 교육조직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주성 전 총장은 정경유착의 70년대 정치의식, 구시대적인 권위주의, 공천 파동을 비롯한 뺄셈 정치로 인해 우리 보수정당이 존립의 위기에 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골악단의 아들로 47세에 총리에 오른 존 메이저 총리, 39세에 당 대표가 되고 43세 총리에 오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9명의 위대한 지도자가 영국 보수당을 이끌었다”며 “우리도 7080의 정치의식에서 벗어난 소통의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영국의 디즈레일리는 ‘오두막이 행복해야 궁전도 안전하다’는 비전을 제시해 보수당을 대중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고, 기존 지지세력을 유지한 채 새로운 지지세력을 확보했다”고 소개하고 “승리하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목표한 바를 해내는 정당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