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할론’에 회의감 커져
추가 세컨더리보이콧 전망
核시설 선제타격 목소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19일 북한에서 송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망 이후 추가적인 대북 압박 및 제재 강화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내놓았던 ‘중국 역할론’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높아지면서 ‘독자 제재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분위기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중국의 북한 문제 해결 도움에 감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에 요청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 10여 곳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이 독자적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백악관·국무부까지 총동원해서 중국 정부에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중국 등 다른 이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고,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브리핑에서 “21일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동시 언급은 사전에 조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웜비어 사망 이후 일각에서 북한 핵시설 선제타격론까지 나오는 대북 강경기류를 반영해 북한과의 대화에도 더 거리를 뒀다. 이날 스파이서 대변인은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에 대해 “더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햄버거 회담’을 언급하고, 지난 5월에도 “적절한 조건이 된다면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북한여행 금지는 물론, 중국 등 제3국 기관·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강력한 조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3명의 미국인이 날조된 유죄 판결을 받고 북한에 억류 중인 상태로, 미국인들의 북한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도 성명에서 “북한 정권은 정기적으로 외국인들을 납치하고 12만 명의 북한인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있는 만큼 미국은 북한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테니 호이어(메릴랜드)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잔인한 북한 독재정권이 웜비어를 죽인 책임이 있고, 미국은 이런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북한 정권에 계속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