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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과 자기 과신

“허, 참! 오늘따라 샷이 엉망이네. 이러지 않았는데….” 동반자가 연신 투덜댄다. 오늘따라 왜 공이 안 맞는지 이해가 안 된단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프리 샷 루틴을 신중히 한 뒤 샷을 해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미 예상되는 바인데 왜 화를 내고, 투덜대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필자는 그가 평소 연습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말 골퍼 중 웬만큼 기량이 올라오면 연습을 게을리하는 이가 많다. 그러면서도 필드에선 샷이 안 맞는다고 투덜댄다. 연습부족이라고 귀띔해주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연습하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번에는 스코어가 좋았단다. 이런 골퍼들은 자신감이 지나치다. 자신을 너무 믿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을 과신한다고 봐야 한다. 자신감을 지니는 건 좋지만, 자신감이 넘쳐 ‘과신’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감과 과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매사에 겸손하고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성찰한다.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제대로 직시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자신만큼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소중하게 여긴다.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보다 나은 점을 본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자신감과 과신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성인을 상담하다 보면 가끔 실소를 금치 못할 때가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열심히 노력했는데 실패했어요”라며 억울한 표정, 답답한 표정을 짓곤 한다. 그런데 일에 투자한 시간, 공부에 전념한 시간을 물어보면 성공한 사람이나 상위 1∼2%에 드는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 과신은 오만, 독선, 아집, 우둔의 함정에 빠지게 한다.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부풀린다. 자신을 자랑하는 모습이 거만하게 보일 정도다. ‘이것쯤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쉽게 생각하고 얕보는 경향이 있다. 언제든지 이길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단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듯이 보이지만 실은 허세와 허풍으로 가득 차 있고 과욕으로 채워져 있다. 자기 과신은 열등감의 발로다.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물을 덮으려는 얄팍함이다.

승리와 성공을 방해하는 최대 적은 자신에게 있다. 지거나 실패했다면 그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자기 과신을 버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이미 성공하거나 이긴 사람을 본받아야 한다. 그들의 습관이나 행동에 비춰 자신의 행동을 수정, 교정해야 한다.

지난 5월 21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소속 최진호는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했다. 현재 상금랭킹 1위다. 최진호는 “한번 우승했기에 상금왕을 낙관할 순 없다”면서 “아직 남은 대회가 많고, 올해 3승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한국오픈 우승이 가장 탐난다”고 말했다. 또 최종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라면서 올해 대상을 받아 우선 유럽투어 티켓을 확보하겠단다. 최진호는 “대회 기간 4일 중 3일간 동반했던 최경주 선배로부터 ‘웨지 표면의 홈이 다 닳아지도록 연습해야 미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스스로 반성했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웨지가 닳도록 연습했던 적이 있는데 프로가 된 이후에는 정작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그런 자세로 훈련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때때로 우승자나 성공한 사람의 말을 깊이 새기며 자신이 과신에 빠지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자기 과신이 아닌 자신감을 지닌 골퍼는 필드에서의 한 샷 한 샷, 연습장에서 흘린 땀 한 방울 한 방울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디에서든 언제든 골프의 참맛을 느끼고 제대로 즐긴다. 반대로 과신에 빠진 골퍼는 노력의 의미를 잊기에 어디에서든 언제든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5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하늘코스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최진호가 해저드 근처 트러블 샷을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최진호는 “최경주 선배와 3일 동안 라운드를 함께한 것이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