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후보 중 5~6명 탈락
‘검증 덫’에 각종 인사도 순연
개인명예 문제로 보안은 강화

청와대가 장·차관급 인사 검증에서 부동산 거래 관련 위장전입 경력이 있는 인물은 원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장·차관급 후보군이었던 인사 중 최소 5∼6명 이상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을 강도 높게 진행하면서 인사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고 이미 발표한 인사들도 낙마 위기가 거론되고 있어 문재인 정부가 ‘검증의 덫’에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부동산 관련 위장전입 경력자는 우선적인 배제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서 상당수 인사들이 이미 탈락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 내정됐던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부동산 관련 문제로 내정이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관으로 내정된 일부 인사도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관련 거래로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했더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항이 있을 경우 대상자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주 정부 각 부처 차관급 인사를 대부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검증에 걸린 인사들이 많아져 6명 발표에 그쳤다.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해 차관 인사를 먼저 해 국정을 안정되게 끌고 나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를 둘러싼 국회 대치, 뒤이은 검증 강화 등으로 청와대가 계획했던 것보다 차관 인사가 2주 이상 순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 정도가 됐지만, 장관 후보자 발표도 6명에 그쳤다. 새 진용이 빨리 갖춰지지 못하면서 정책 집행 계획 수립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청와대와 부처가 손발이 안 맞는 모습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초기만 해도 청와대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사 관련 정보가 자유롭게 오고 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도 크게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인이 내정됐다고 알려졌다가 검증에서 탈락할 경우 개인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는 만큼 인사에 대한 보안이 한 층 더 강화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위장전입이 없는 사람은 무조건 희망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인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기준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검증이 완료되면 우선 발표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일부 장·차관 인사를 이르면 5일 오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