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 하나였던 붕어빵이 언제부터인가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의 대표 간식이 됐습니다. 인천 영종도에서 18홀짜리 코스 4개를 운영하는 스카이72골프장이 붕어빵의 원조입니다. 붕어빵은 그러나 이곳에서는 찬바람이 부는 10월부터 구워내기에 당분간 맛볼 수 없게 됐습니다. 6월부터 아이스크림으로 대체되기 때문입니다.

2005년 정식 개장한 스카이72는 이듬해인 2006년부터 붕어빵 코너를 4개 코스에 각각 설치해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8개월씩 11년 동안 공짜로 제공해왔습니다. 붕어빵을 굽는 전담 인력만 최소 4명에서, 2교대 할 때는 8명까지 배치했습니다. 거들떠보지 않던 골퍼들이 이젠 그 자리에서 붕어빵 2∼3개를 해치우니, 붕어빵은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뜨끈한 어묵과 국물, 정종까지 무료 서비스를 곁들이다 보니 그늘집에서 따로 음식을 시켜먹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붕어빵은 날씨에 따라 하루에 3000개 전후, 한 해에 70만∼80만 개를 구워냅니다. 스카이72의 지난해 내장객은 총 36만 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은 붕어빵을 굽는 8개월간에 온다고 합니다. 시중에서 2000원에 5개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붕어빵값은 연간 3억 원에 달합니다. 10년 이상 만들어 온 붕어빵은 1000만 개에 육박해 공짜 붕어빵에만 그동안 수십억 원을 쓴 셈이죠.

다른 골프장 수십 곳이 벤치마킹했지만 곰빵, 국화빵 등으로 이름을 달리했고 꾸준히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강원도의 한 골프장은 본전 생각이 났는지 붕어빵을 4500원에 팔기도 합니다. 붕어빵 하나만으로도 고객을 대하는 ‘온도 차’가 크다는 사실을 느끼게 합니다. 공짜 붕어빵으로 그늘집 매출이 줄어드는 것까지 예상한 골프장 오너라면 무작정 구워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영재 스카이72골프장 대표는 작은 붕어빵이지만 고객 최우선 마인드가 담겨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곳은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붕어빵과 같은 공짜 서비스에 쓰는 예산이 연간 10억 원가량 된다고 합니다. 골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비결은, 아무리 사소하고 소소한 것이라도 고객이 직접 의견을 전한 것은 반드시 24시간 내에 처리하는 피드백입니다.

골프장마다 경영이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고율의 세금을 피하려고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하고, ‘옆집’보다 1만 원이라도 그린피를 싸게 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고객과의 공감, 즉 ‘붕어빵 철학’을 지닌 골프장은 좀체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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