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파파디모스 前총리 車 안에서
편지봉투 여는 순간 폭탄 터져
3명 부상… 생명엔 지장 없어
극좌‘불의 음모단’소행 추정

그리스 아테네에서 루카스 파파디모스(사진) 전 총리를 노린 폭탄 테러가 발생해 파파디모스 전 총리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스 경찰은 이번 테러가 노린 대상이나 수법으로 보아 긴축 정책에 반발해 우편물 폭탄 테러를 벌여왔던 극좌 무정부 단체 ‘불의 음모단’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 이어 그리스 아테네까지 유럽에서 테러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25일 로이터 통신과 CBS 뉴스 등에 따르면 파파디모스 전 총리가 차 안에서 편지 봉투를 여는 순간 편지에 설치됐던 폭탄이 터졌다. 이 사고로 파파디모스 전 총리는 복부와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며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차에 있던 운전사와 경호원 등 2명도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경찰에 따르면 경호원은 이날 일찍 편지 봉투를 파파디모스 전 총리에게 전달했으며, 전달 전에 X레이 검사를 했으나 이상한 점을 발견되지 않았었다고 진술했다. 편지 봉투 안에는 책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경찰은 사건 현장을 봉쇄하고,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아직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경찰은 ‘불의 음모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와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를 역임한 파파디모스 전 총리는 그리스 재무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과도 정부의 총리직을 맡아 긴축 정책을 이끌었다.

불의 음모단은 그리스가 재무위기로 인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긴축 재정에 들어간 것에 반발해 EU 지도부와 IMF를 노린 우편물 폭탄 테러를 벌여왔다. 불의 음모단은 그리스가 첫 구제금융을 받은 2010년에 아테네 주재 외국 대사관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 등에게 우편물 폭탄을 보냈다. 또 같은 해 그리스 공공질서부에도 우편물 폭탄을 보내 장관 보좌관 1명이 사망했다. 불의 음모단은 올 3월에 IMF 파리 사무소에 우편물 폭탄을 보냈으며 이 폭탄이 터지면서 직원 1명이 부상을 당했다. 독일 재무부에도 우편물 소포를 보냈지만 보안 요원이 미리 발견해 피해는 없었다. 당시 그리스 경찰은 수사를 벌여 아테네 우편물 분류센터에서 유럽 각국 경제 관료들에게 보내질 예정이던 우편물 폭탄 8개를 적발했다고 발표했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