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정책 평가 제출 요구
국정교과서 교육부 등 곤혹

출범 2주밖에 안됐는데…
공약이행계획 작성도 난항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분과별 업무보고에 들어가면서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이 ‘긴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주 만에 공약 이행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 데다, 과거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대한 평가까지 내려야 하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보고 당사자인 고위 공무원들은 ‘첫 눈도장’을 잘 받기 위해 보고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24일 시작된 국정기획위의 분과별 업무보고에서 각 부처는 ‘과거 정부 추진 정책 평가 및 새 정부 기조에 따른 개선 방향’과 ‘공약 이행 계획’을 제출했다. 첫날 업무보고를 한 부처들은 ‘과거 정부 추진 정책 평가’를 사실상 ‘반성문 제출’로 받아들이고 있다. 10년 가까운 기간 보수 성향 정부에서 일한 공무원들에게 각자가 직접 만든 정책의 문제점을 찾아 비판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고위 공무원들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요구하는 것’이라며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경제부처 한 국장급 공무원은 “누워서 침 뱉기는 할 수 없으니 그간 추진한 정책에 대해 부족한 부분과 대안 제시 정도를 보고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공약 이행 계획 제출 역시 난감한 숙제다. 아직 공약을 이해도 못 한 상태여서 각종 조사와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이행 계획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런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정책 방향을 180도 돌리는 일이어서 어렵기도 하지만 너무 이행 계획을 잘 내놓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정부 출범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 부처들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점 사업이었던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을 추진했던 교육부는 과거 정부 추진 정책을 평가하라는 주문에 난감한 처지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환경부 등 관련 정책이 강화될 조짐인 부처들은 이번 업무보고를 정책 확대 등의 계기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각 부처는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향후 이어질 인사를 결정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각 분과위 보고에 들어가는 이들이 고위 공무원이란 점에서 업무보고가 이들의 인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정민·임대환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