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진표(오른쪽 두 번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경제1분과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기재부 업무보고

올 국세감면액 37조원 중 기업 감면액 등 11조 타깃
법인세 등 명목세 인상 대신 징세강화로 세원마련 나설듯
근로소득 면세율 48% 달해… “형평성 어긋나” 반발 가능성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비과세·감면을 크게 줄이고, 고소득층이나 고액 자산가 등 세 부담 능력이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세원(稅源)을 추가로 발굴하겠다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함에 따라 향후 ‘조세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기재부, 국정기획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세 감면액은 2015년 35조9000억 원, 2016년 36조5000억 원(추정치)에 이어 올해는 37조 원(전망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세감면액 전망치를 수혜자별로 나눠보면 개인 감면액은 24조9000억 원(서민·중산층 16조7000억 원, 고소득층 8조2000억 원), 기업 감면액은 11조5000억 원(중소기업 6조7000억 원, 중견기업 6000억 원, 상호출자제한기업 2조8000억 원, 일반기업 1조4000억 원) 등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개인 감면액 중 고소득층 감면액(8조2000억 원)과 대기업으로 구성된 상호출자제한기업 감면액(2조8000억 원) 등에 대해 비과세·감면 축소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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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이나 고액 자산가의 경우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인 법인세 등에 대한 명목세율 인상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한 분야에 대한 징세 조치를 강화하고 새로운 과세 수단을 만들어 세금을 더 걷으려고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는 개인의 근로·사업소득과 분리해 14%의 낮은 세율을 매기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부과 한도를 현행 1인당 연 2000만 원(부부 합산 시 4000만 원)에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많은 고소득층이나 고액 자산가의 세 부담이 크게 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면세율이 48%에 달하는 기형적인 상황에서 고소득층이나 고액 자산가의 세 부담만 늘릴 경우 조세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세 정책의 ‘제1 원칙’인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모든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반론에 봉착할 수 있다. 면세자 축소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득층이나 고액 자산가에 대해서만 세 부담을 늘릴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조세 당국인 기재부는 법인세 등의 명목세율을 당장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실효세율(조세 감면 등을 제외한 실제 세 부담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그때 가서 법인세 등의 명목세율을 올리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전 세계 주요국 중에서 법인세 등의 명목세율을 낮추는 국가는 많지만, 이를 올리는 국가는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