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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치학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대통령이 밝힌 개헌에 대한 입장만 주로 보도되는 바람에 묻혀 버렸지만, 정작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것은 이러한 만남과 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다. 과거 정부가 이런 회동을 유별나게 자주 갖지 않은 점을 상기하면, 취임 열흘 만에 이런 모임을 가진 것은 청와대가 여야 모두를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고, 5당 원내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이른바 ‘협치’의 첫발은 내디딘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협치를 더욱 진전시킬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오래전 사람이긴 하나 중국 춘추 시대의 공손교(公孫僑)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정(鄭) 나라 목공의 손자인 공손교는 자(字)가 자산(子産)으로 40여 년간 정 나라의 집정(執政)을 맡았던 까닭에 정자산(鄭子産)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논어에도 언급되고 있다. 당시 정자산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던 것 같지만 공자는 한결같이 그를 옹호했다. 그가 소통과 협력의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집정은 오늘날로 치면 내각책임제의 총리와 비슷한 직책으로, 책임도 막중했지만 권한도 막강했다. 그런데 정 나라 사람들은 향교(鄕校)에 모여 집정으로 있던 자산을 기탄없이 비판했다. 향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이를 불편하게 여긴 아랫사람이 자산에게 향교를 허물어 버리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자산은 일언지하(一言之下)에 물리쳤다.

“왜 향교를 허문단 말인가?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물러나서 그곳에 가서는 집정의 좋고 나쁜 것을 의논한다. 그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내가 행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내가 고치니 이는 내 스승이다. 나는 충실하고 선하게 해서 원망을 줄인다는 말은 들었지만, 위협을 만들어서 원망을 막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사람의 입을 막는 것은 마치 냇물을 막는 것과도 같다. 방죽이 터져서 범람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누구도 그들을 구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것은 방죽을 조금 터서 물이 흐르게 하느니만 못하고, 내가 듣고서 그 말을 약으로 삼느니만 못하다.”

정자산의 고사는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 먼저, 정부와 여당이 배울 것은 야당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야당이 협력을 약속한다 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시책에 전적으로 동조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당연히 이념이나 신념에 따른 근본적인 이견도 있을 수 있고,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는 의견을 달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당연한 비판과 이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60%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목소리라고 보고 가능한 한 이를 수용하려고 들 때 소통과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야당의 비판은 정자산이 말하듯이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을 미연에 방지하게 도와주는 일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야당의 경우, 협력은 하되 건설적인 비판은 아끼지 않아야 한다. 협력은 모든 일에 동조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라는 것일 뿐, 정자산이 말하는 ‘홍수’가 예상될 때에도 이를 방관하라는 게 아니다. 당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개진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진정한 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