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팀장급 수뢰혐의 수사
노선조정하며 1억여원 받아
당사자 “빌린돈” 해명뒤 잠적
“교통본부 특감뒤 대책 마련”

서울시에서 공무원의 비리 방지를 위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하는 ‘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일명 박원순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억대 뇌물을 받은 시 공무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9일 버스 운수업체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시 팀장급 간부 A 씨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팀장은 2012년과 2014년 초 서울시 교통본부에서 버스 노선 조정 등을 맡으면서 경기도의 한 버스업체로부터 현금 1억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올해 3월 말 시 교통본부 사무실 4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포착했다. A 씨는 지인과 동료에게 “돈은 빌린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팀장이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면서도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그동안 이자도 주지 않았다”며 “충분히 청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며, 현재 자취를 감춘 A 팀장의 행방을 쫓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경찰 수사 개시 통보에 따라 지난 8일 A 팀장을 직위해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들을 엄중 징계할 것”이라며 “1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도시교통본부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비리 차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0월 2일 시작된 박원순법은 현재 서울시 본청은 물론 모든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까지 전면 확대돼 시행 중이다. 100만 원 이상 금품 수수 시 또는 100만 원 미만이라도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경우에는 직무관련성, 대가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최소 해임 이상으로 중징계에 처하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이번 버스 비리의 경우 박원순법 시행 전에 발생해 소급 적용할 순 없지만 서울시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사업이 많은 지자체라서 보이지 않은 거래에 노출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청렴 교육을 더 철저히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박원순법 등 시행으로 부패방지에 대한 시민 인식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공무원들의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감사 기능 강화를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연·노기섭·김수민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