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입증 위해 신문 필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공소유지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17일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수사 거부로 인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수수자임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할 수 없어 수수 경위와 두 사람 간의 독대 상황, 인식 등 이 사건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직접 신문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검 측은 “이번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인 이 부회장 측과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 다르다”며 증인신문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오는 6월 초~중순 재판기일을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일정을 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 및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특검은 ‘비선 진료’ 의혹과 관련한 이영선(39) 전 청와대 행정관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해당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는 오는 19일로 신문 기일을 잡았다.

증인신청 등 재판 정리절차가 끝난 후 특검은 이날 예정돼 있던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삼성의 정유라(21) 씨 승마 지원에 박 전 대통령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는지를 추궁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후 특검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맡았던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를 상대로 신문을 이어갔다. 이 상무는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직후 승마 관련 지원 업무를 해오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협회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다음 날인 2015년 7월 26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이영국 부회장’ ‘교체’라고 적힌 문구를 근거로 청와대가 삼성의 승마 지원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 심리로 이날 열린 최 씨와 이화여대 최경희(55) 전 총장, 남궁곤(56) 전 입학처장 등에 대한 학사비리 재판에선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37) 씨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