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누설 의혹 후폭풍

“정보 공유 수준 재평가 필요”
“사실일땐 공유 중단” 반응도

일부 미국 동맹국들이 ‘트럼프 리스크’ 때문에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제한하거나 일시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러시아에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동맹 간 신뢰가 흔들린 데다, 미국의 실수가 되풀이된다면 주요 정보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유럽 국가의 고위 정보기관 관계자는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도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기밀정보를 공유했다면,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럽 국가의 한 외교관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정보 유출은 큰 문제로, 우리가 건넨 민감한 정보가 적절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미국으로부터 확인받기를 원한다”면서 “당장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에 어느 수준에서 정보를 넘길지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이른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라는 정보동맹을 구성하고 있는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동맹에 정통한 인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국을 뺀 ‘포 아이스(Four Eyes)’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미국과 긴밀한 군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집트·터키 등 중동지역 동맹들도 꽤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15일까지만 해도 성명을 내고 “동맹인 미국을 믿는다”고 밝혔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에게 누설한 정보의 출처가 이스라엘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동맹국들의 이 같은 반응은 당장 정보원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맹인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정보 공유는 신뢰에 기반한 것인데, 미국이 정보를 유출한다고 생각하면 누구도 우리에게 정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유럽국장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과 다른 ‘파이브 아이스’ 정보기관들은 이제 ‘트럼프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정보를 공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러시아와 사실관계를 공유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동은 매우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기밀유출 논란을 일축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