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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코미 메모 보도

“수사 영향력 행사 결정적 증거”
사법방해… 탄핵 국면 갈수도
백악관 “수사중단 요청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제임스 코미(사진)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16일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이른바 ‘러시아게이트’를 수사 중이던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불거진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가 나온 셈으로, 리처드 닉슨·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코미 전 국장이 작성한 메모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미 국장에게 ‘당신이 이 사건을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메모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테러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 참석자들을 물러나게 했고, 홀로 남은 코미 국장에게 “수사를 끝내고 플린을 놓아주는 것에 동의해주길 바란다.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2월 14일은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다음 날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플린 전 보좌관이 낙마한 만큼 ‘러시아게이트’ 수사는 종결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코미 국장은 수사 종결 요구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은 채 “플린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코미 국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담은 2쪽 분량의 메모를 작성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코미 국장은 이 메모를 FBI와 법무부의 소수 인사와 공유했으며, 코미 국장의 측근 인사는 이를 처음 보도한 NYT 기자에게 메모를 그대로 읽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 메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는 FBI·법무부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법방해 혐의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 절차를 방해한다는 의미의 사법방해는 1970년대 닉슨 전 대통령, 1990년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혐의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누구에게도 수사를 중단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