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방화3동 원룸주택에서 가스검침원 김태희(오른쪽) 씨가 혼자 생활하는 이점순(가운데)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강서구 복지사각지대 제로화

區, 서울도시가스와 업무 협약
69명 검침원 위기가구 발견땐
해당 주민센터 연락 도움 손길
야쿠르트 배달원 등 확대 방침

“노인들에게 적당한 일자리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3동의 S 원룸 주택. 73세의 이점순(여) 어르신이 구청 사회복지 업무 관계자에게 당부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방화3동 일부 지역의 도시가스 검침을 담당하는 김태희(여·54) 씨와 함께 ‘은둔형 외톨이’(복지사각지대)를 찾는 사업의 일환으로 이 어르신을 찾아왔다.

강서구는 지난달 서울도시가스㈜ 서부 1·2·3고객센터와 협약을 맺고 도시가스 검침원을 활용한 복지사각지대 제로화에 나섰다. 강서지역 도시가스검침을 총괄 관리하는 서부 1·2·3고객센터에는 모두 69명의 검침원이 있다. 이들은 도시가스 검침 업무를 하면서 이상이 있는 위기 가구를 발견하면 즉시 해당 동 주민센터로 연락을 하고, 동 주민센터에서는 위기 가구를 확인하는 즉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옥탑방, 지하방 등 주거 취약가구를 비롯해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모든 가구를 직접 방문하기 때문에 장애인, 홀몸어르신, 저장강박증(일명 쓰레기집), 미성년자가 있는 위기가구 등을 찾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구는 보고 있다.

이 어르신에게 자신을 ‘가수 비의 부인’(이름이 같아서 한 농담)이라며 너스레를 떤 김 씨는 가스검침과 안전점검을 모두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집안 곳곳을 둘러봤다. 혹시라도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복지 사각’의 징후가 있는지 꼼꼼히 살피기 위해서였다. 이 어르신은 다행히 복지사각지대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으나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전에는 홀몸 어르신댁의 경우도 검침만 하고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잦았는데, 복지사각지대를 찾아 나서는 사업에 일원으로 참여하게 돼 어깨가 무거워졌다”면서 “그러고 보니 지금 딱 생각나는(복지사각지대에 놓인) 한 분이 있는데 구청에 얘기해야겠다”며 긴장했다.

지난 2004년부터 혼자 생활하고 있다는 이 어르신은 “노-노케어 사업(나이 적은 어르신이 나이 많은 어르신을 살피는 것) 중 말벗 활동으로 22만 원을 받고 기초노령연금으로 16만3000원을 받는 것이 월수입의 전부”라면서 “노인들에게도 적당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최고의 복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구 관계자는 “은둔형 외톨이를 찾는 사업에 앞으로 야쿠르트 배달원과 부동산 중개업소까지 확대·포함시키는 등 민간자원을 활용한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