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탄핵 대선’에 따른 제19대 대통령이 9일 선출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된 지 2개월 만이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 보도되고, 촛불·태극기 집회가 시작된 이후 9개월 동안 국가 리더십은 공백 상태였고, 안보·경제 위기는 고조됐다. 그만큼 새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무겁다. 더욱이 취임 준비 기간도 없이 오는 10일 오전부터 이런 혼란과 혼돈에 맞서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새 정부의 3대 과제는 통합·안보·성장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주요 후보 모두 장점과 흠결을 가지고 있다. 투표 때까지 심사숙고해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은 후보, 아니면 덜 나쁜 후보라도 뽑아야 한다.

이념·지역·세대는 물론 가족 내부에서까지 탄핵 찬반으로 나뉜 엄중한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통합 대통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국회 의석 분포로는 여소야대가 불가피하고 국회선진화법까지 있어서 협치 없이는 국정 운영 자체가 힘들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며 정치보복은 없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호 공약으로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정권의 대형 사업 등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는 것을 내걸었다. 또 선거 참모인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은 7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는 부산·경남(PK) 민심에 대해 ‘패륜 집단의 결집’이라고 했고,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궤멸론’을 주장했다. 무엇이 본색(本色)인지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자유한국당 홍 후보 역시 귀족노조와 전교조, 종북 세력(勢力)을 3대 사회악이라면서 대대적 개혁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친박 핵심 인사들을 일괄 사면했다. 이들의 패권적 행태 때문에 새누리당이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졌음을 고려하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자숙과 반성이 없는 데도 친박 핵심에 대해 그렇게 한 것은 어떤 세력과 손잡고 어떤 통합 정치를 할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 포퓰리즘 공약도 심각하다. 국민은 후보들 뒤 어둠의 세력, 선거 구호에 감춰진 거짓까지 냉철히 살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