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노선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7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결선 투표에 진출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프랑스와 유럽을 넘어 전세계에 주는 충격이 가볍지 않다. 작년 가을만 하더라도 젊은 정치인의 신선한 정치 실험 정도로 취급됐다.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지금까지 59년 간 유지돼 온 사회·공화 양당 체제는 철옹성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업난과 테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무능한 사회당 정부에 대한 불신, 그리고 ‘페넬로프 게이트’ 등 제1야당인 공화당의 잇단 부패 스캔들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염증은 기성 정치판을 모두 엎어버리자는 ‘데가지즘’으로 표출됐다.

결국 사회·공화 양당 후보 모두 결선투표에도 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무능·부패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권에 경종(警鐘)을 울린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프랑스 국민은 극우 마린 르펜, 극좌 장뤼크 멜랑숑과 같은 양 극단 후보도 거부했다. 이에 합리적 중도로 비친 마크롱이 당선될 수 있었다. 유럽연합(EU)도 프랑스가 EU를 탈퇴하는 프렉시트(Frexit)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안도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의회에 단 1석도 없기에 연립 혹은 동거 정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 달로 예정된 총선을 지켜봐야 하며, 새로운 협치(協治)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반대로 기성 정당정치 몰락이 대의(代議)민주주의 약화와 정정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선제적 정치 개혁이 없으면 어느 나라든 마크롱 충격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