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휴가철 나들이 여성들 ‘性희롱 주의보’

남성들 지나치며 신체 접촉도
CCTV설치 확대 등 대책 시급

봄철을 맞아 산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나홀로 여성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에는 CCTV가 없는 곳이 많아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렵고, 현장 접근성도 떨어져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해도 별다른 대처를 못 하고 두려움에 떨다 하산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2일 홀로 서울 관악산을 찾았던 황모(여·26) 씨는 5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에게 성희롱을 당한 뒤 두려운 마음에 산을 마저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황 씨는 “산 중턱쯤 올라갔을 때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한 남성이 ‘몸매가 환상이다’고 했고, 옆에 있던 남성은 껄껄 웃었다”며 “순간 너무 당황하고 떨리는 마음에 신고도 하지 못하고 산을 그냥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등산하는데 다른 등산객이 엉덩이를 툭 치고 갔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외진 등산로에서 성범죄를 당하면 피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 호신용품이라도 들고 산을 올라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주말에 등산을 자주 다닌다는 박모(여·30) 씨는 “등산로 초입에는 CCTV가 설치된 것을 봤지만 산 구석구석에는 없어 혼자 등산을 할 때 불안하다”며 “혹시 신고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휴대전화의 GPS를 켜놓고 내 위치를 수시로 살핀다”고 말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산야(山野)에서 일어난 범죄는 2011년 8665건, 2012년 7804건, 2013년 9701건, 2014년 8475건, 2015년 8642건 등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일선 경찰서 등은 치안 방범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수락산을 관할하는 서울 노원경찰서는 2∼3명의 자원봉사자가 조를 이뤄 정기적으로 등산로 주변을 산책하는 ‘안전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고, 관악경찰서는 봄철 등산객들의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 2명과 의무경찰(의경) 1명이 매일 관악산을 순찰하는 ‘관악산 둘레길 순찰팀’을 12일부터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계도 많다. 특히 통신과 전기를 공급하기 어려운 산의 특성상 CCTV 설치가 어려운 게 최대 난제다. 또 CCTV 화면 같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경찰이 도착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가해자의 신상을 확보해 놓는 등 순발력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