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銀도 ‘도입 반대’ 저항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폐기 위기에 놓였다. 대선후보들이 지난해 도입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는 금융 공공기관 노조조차 ‘철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금융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최근 “전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총투표 결과에 반해 성과연봉제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며 “합의 배경에는 감당하기 힘든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압’에 따른 합의였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예보 관계자는 “현 노조가 전 노조와 회사 측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합의서’에 대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수차례 인정했고, 지난 1월 시행 이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최근 대선 정국 등 기류에 편승해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보와 함께 유일하게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나머지 7개 금융 공공기관은 노조 측이 법원에 무효 소송을 낸 상태다. 9개 금융 공공기관 모두 파열음이 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도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폐지 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노조 합의 없이 도입한 곳은 중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공 분야 도입 후 민간 확대’라는 금융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분위기다. 시중 은행들은 지난해 7월 은행연합회에서 만든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에 맞춰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이를 밝힌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오히려 하나금융 노조와 KB금융 노조가 ‘성과연봉제 폐기’를 공약한 문 후보를 지지 선언하는 등 개별 노조의 저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시행 중인 사안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폐기 여부는) 새 정부 들어서면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과 평가 방식 등에 문제가 있거나 미흡하다면 개선할 일이지 이미 도입한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개혁에 반하는 퇴행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