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승훈(62) 충북 청주시장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아 직위 상실 위기에 놓였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0일 선거 자금을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시장에게 7460만 원의 추징금 납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시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A(38·청주시 별정직 공무원) 씨에 대해서도 벌금 400만 원의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출된 증거를 종합하면 이 시장이 회계책임자와 공모해 선거비용을 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 보고하고, 선거용역비를 일부 면제받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이 시장의 범행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A 씨가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 이 시장은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를 마친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으로 약 1억800만 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선거 홍보를 대행했던 기획사 대표 B(37) 씨가 이 시장에게 3억1000만 원의 용역비를 요구한 점을 토대로 이 시장이 약 2억 원의 정치자금을 부정 수수하고, 선거비용을 축소 보고했다고 판단해 불구속 기소한 뒤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7500만 원을 구형했다. 이에 이 시장은 “문제의 금액이 개인 채무와 에누리 금액, 선관위 신고 대상이 아닌 컨설팅 비용”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앞서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정치자금법상 허위 회계신고로 벌금 400만 원을, 증빙자료 미제출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청주=고광일 기자 k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