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前정부와 선그어
“안되면 美 혼자 문제 해결”
北 반발… “전쟁 대응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7일에도 전임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대북 지렛대(레버리지)를 가진 중국을 훨씬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내비쳤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 전후 중국의 대북 압박을 강하게 요구하는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지난 14일 중국 환율조작국 미지정이라는 선물을 중국에 안긴 뒤에는 “중국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으름장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움직임을 지켜본 뒤 대북 군사적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폭스와 친구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린턴·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압도당했다”며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중국 없이도 미국 혼자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북한 문제 협력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좀 더 지켜보자”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하고 있다. 일단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를 압박한 뒤 효과를 판단할 것이며, 불발 시에는 중국 압박·제재와 함께 대북 군사적 행동을 검토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백악관·국무부도 이날 일제히 중국 압박에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 문제에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중국을 비롯해 이 지역의 모두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라고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이날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는데, 경제적 압박은 효과가 날 때까지 작동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 중국의 대북제재·압박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거세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인룡 차석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어떤 종류의 전쟁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도 18일 평양에서 가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우리를 향해 군사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 방식과 수단으로 핵 선제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며, 이는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