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韓 의사에 반하는 美·中간 어떤 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당파를 초월한 국민내각을 출범시키겠다”면서 집권 후 협치 방안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국민의 힘으로 총선 3당체제를 만들고 대선 양강구도를 견인해낸 만큼, 집권 후에도 국민의 힘으로 이념·지역·당파를 초월한 국민내각을 꾸려나감으로써, ‘소수 정권이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지지층의 충성도가 약하지 않냐는 질문에 “보수층과 영남층의 지지 강도가 총선 때보다 더 단단해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지지율 급상승 비결에 대해서는 “표 계산 없이 국민만 바라보고 했기 때문”이라고 힘을 주었다. 안 후보와의 인터뷰는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안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집단토론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추가 취재를 거쳤다. 안 후보 측에서는 공약과 정책을 성안한 교수 2인이 함께했고 최경환 비서실장과 김경록 대변인이 참관했다. 문화일보 측에서는 4인의 대선자문단 교수가 참석했으며,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의 사회로 오후 4시 10분부터 1시간 10분간 진행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화일보와 집단토론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집권 후 협치 및 국민내각 출범 구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허 선임기자 = 시간 내주신 후보와 후보 측 교수들, 그리고 문화일보 대선자문단 교수들에게 감사드린다. 조화순 연세대 교수가 정치 분야부터 질문해 달라.

◇정치 분야

△조 교수 =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안 후보 = 저 돗자리 깔아야겠다.(일동 웃음) 총선 3당체제도, 대선 양강구도도, 제가 말한 대로 다 됐다. 전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지율을 보고 정치한 적이 없다. 상대 정치인을 보고 정치한 적도 없다.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한다. 그냥 레토릭이 아니고 정말이다. 제가 가진 비전과 가치관, 정책, 철학, 리더십을 보여주고 행동으로 증명하면 그걸로 결국 평가받는 거 아닌가. 그렇게 계속해 왔다. 지난 1월 초 제가 지지율 5%도 안 될 때 이번 대선은 양강구도가 될 거라고 그랬다. 주위에서 아무도 안 믿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전 편안한 마음이다.

△조 교수 = 안 후보는 보수나 진보, 중도를 다 아우르는 지지를 받고 있어서 기쁘겠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게 깨지는 바구니가 아니냐고 염려하는 이야기도 있다.

△안 후보 = 더 이상 보수·진보 양극단으로 나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시대 흐름이 분권, 다당제, 협치 그런 시대로 넘어간다. 그 계기가 사실 있었다. 제 지역구에 어떤 어르신 한 분이 평생 새누리당만 찍는다고 해서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까 믿을 수 없는 민주당보다는 익숙한 실망감을 주는 새누리당을 선택한다고 했다. 그때 깨달았다. 양당체제가 좋아서 유지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저는 역사의 흐름과 국민의 총체적인 집단지성을 믿는다. 이제 3당체제를 시작으로 해서 다당제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제가 돌파하면 국민이 그걸 만들어주실 거라고 믿었다. 신념이 있으니 힘이 생기고 그래서 돌파했다. 지역갈등이란 것도 국민이 무슨 죄냐.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 취하려고 편 가르기 해놓은 거다. 이번 대선은 그것들을 없애는 의미를 가질 거라고 확신한다.

△허 선임기자 = 보수·진보 양극단의 시대가 이미 지났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 지지자들의 강도랄까, 충성도는 좀 떨어지는 것 아닌가. 지지 강도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그것보다는 솔리드(solid)하지 않고 좀 취약하다는 측면이 있지 않나. 특히 대구·경북(TK) 등 영남권의 지지 철회, 보수 지지로의 회귀를 확실하게 막을 방안은 뭔가.

△안 후보 = 지난해 총선 때 대구·경북에서 저희가 민주당을 눌렀다. 후보도 별로 못 냈고 당선도 못 시켰는데 저희가 더 높았다. 제가 당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가서 그랬다. 저희한테 선물을 주신 게 아니고 숙제를 주신 거라고. 그래서 그 숙제 잘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심을 다해 숙제를 하고 있고, 지난해 총선 때보다도 (지지의 강도가) 더 단단해지고 있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영남권 지지를 어떻게 얻느냐, 저는 그런 식으로 지역마다 다른 접근방식을 쓰지 않는다. 그런 것 때문에 지역이 나뉜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국민을 대상으로 해서 표 계산을 안 한다. 그냥 제가 가진 생각으로 평가받는다.

△캠프 김근식 교수 = 조금만 보충하겠다. 충성심 강한 문 후보 지지표와 그것보다 조금 충성심이 덜한 안 후보 지지표가 차이가 있다는 질문인데. 충성심이 강하다는 건 역으로 확장성 문제가 크다는 말과 같다. 그런 면에선 확장성이 훨씬 높은 안 후보 지지층이 승리 요인이 된다고 본다. TK 등 지역별 전략을 짜고 있진 않고, 불안한 정권 교체인지 안심할 수 있는 정권 교체인지를 국민이 스스로 판단하리라고 본다.

△조 교수 = 다당제 구상은 지론인가.

△안 후보 = 평소 지론과 똑같다. 찾아보면 아주 옛날부터 그 이야기를 해왔다. 다당제가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안 하고 은근슬쩍 개헌부터 하면 양당 중진들이 다 나눠 먹게 된다. 그건 안 되는 일이지 않나. 개헌부터 하는 것은 반대다.

△허 선임기자 = 개헌보다 선거구제 개편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국회의원 300명의 이해가 엇갈리지 않나. 그게 안 돼 개헌안 국민투표가 늦어질 수도 있지 않나.

△안 후보 = 개헌안 국민투표를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함께 해야 한다고 제일 먼저 얘기한 게 저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은 개헌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개헌을 먼저 하는 건 결사적으로 막을 거다. 그건 야합이다. 대선에서 연대 시나리오들이 난무하는 게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선거는 다 묻히고 정치공학적 이야기만 난무하게 되는 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던 거다.

△조 교수 = 다음 정부와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핵심적인 덕목은 뭐냐.

△안 후보 = 세 가지다. 미래를 잘 준비하는 정부, 유능한 정부, 국민을 통합하는 정부. 국민의 판단 기준이 급속하게 개인의 자질로 바뀌고 있다. 우리가 경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당) 150석을 갖고 있었는데 안정적 국정 운영은커녕 오히려 분열시키고 제대로 나라를 운영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건, 대통령제다 보니 대통령 개인의 유능함, 통합의 리더십이다.

△조 교수 = 우리 정치문화를 볼 때 과연 안 후보의 협치 모델이 제대로 될 거냐 걱정스러운 지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치를 통해 의석수 40석의 한계를 돌파할 건가.

△안 후보 = 전 말로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증명을 한다. 항상 그래 왔다. 여야 넘나들며 협치를 이끌어내 법을 통과시킨 사례가 많다. 40석 갖고 어떻게 국회와 국정을 이끌겠느냐고 하는데 20대 국회 개원 협상 때 저희가 양당을 견인해서 30년 이래 가장 빨리 개원시켰다. 국민의당이 없었으면 추가경정예산도 무산됐을 거다. 우리 당이 있어서 예산이 시한 내에 통과됐다. 우리가 집권당이 되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조 교수 = 집권 후 구체적인 협치 모델을 듣고 싶다. 보수 총리, 진보 부총리 같은 구상이 있지 않나.

△안 후보 = 자리 나눠 먹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저는 ‘섀도 캐비닛’이 아니라 ‘오픈 캐비닛’을 하겠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집권하면 계파정치를 했다. 끼리끼리 나눠 먹었다. 전국에 널리 있는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고 자기 계파 내 무능력한 사람에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을 맡기니까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났다. 저는 상대 당, 상대방 캠프에 있는 사람도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라면 기꺼이 모시겠다.

△허 선임기자 = 그 말은 연합정부, 연정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나.

△안 후보 = 대통령이 되면 당파를 초월한 국민내각을 출범시키겠다. 넓은 의미의 협치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그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성과 유능함을 갖춘 사람이라면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을 다 떠나 타계파, 타당 사람이라도 내각에 쓰겠다는 것이다. 그런 첫 사례를 만들겠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다른 정당들도 거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거다.

△조 교수 = 계파를 초월해 보수든 진보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서 쓰겠다, 이렇게.

△안 후보= 예, 그런 첫 사례를 만들겠다.

◇외교·안보 분야

△박인휘 교수 = 어제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중에 1번이 평화로운 한반도. 그 공약 또 1번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나란히 병기돼 있다. 적잖은 국민은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모습 없이는 평화체제 단계를 시작하는 데에 거부감을 갖는다. 둘 사이에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 그림을 어떻게 그려 나갈 건가.

△안 후보 = 진보건 보수건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대북제재 국면이란 것에 동의할 거다. 문제는 여기서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건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 아니냐. 여기까지 가기에 여러 험난한 과정이 많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왜 제재하는가’ 전 왜 이 질문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제재의 목적이 무엇인가, 뭘 얻고자 하는 것인가. 제재를 통해 한 체제가 붕괴한 전례가 없다. 제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조건에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까 제재 국면 끝에는 협상 테이블이 놓여 있는 거다. 저는 강력한 제재와 병행해서 적절한 시기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자는 거다.

△박인휘 교수 = 연관된 질문이다. 한반도 4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설도 돈다. 아이러니한 현실은, 우리 운명과 한반도 명운이 걸린 사안인데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다.

△안 후보 =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네∼ 정말… 글쎄 말입니다.

△박인휘 교수= 안 후보는 외교 경험이 많지 않은 지도자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자이언트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

△안 후보 = (잠시 생각하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강대국 간의 역학관계가 바뀔 때 한반도가 최대 피해자가 돼 왔다. 지금 강대국 역학관계가 바뀌는 중요한 때인데 우리나라엔 리더십이 없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미·중 간에 서로 밀고 당기는 이런 상황인데 말이다. 전 지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이지만 정말 긴급하게 미국 정부에 우리 뜻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고. 그리고 우리가 당사자고 우리 운명과 관련된 일은 우리가 꼭 결정을 해야 한다. 그 뜻을 분명히 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미지 크게보기 13일 문화일보와 안철수(왼쪽 네 번째)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집단토론 인터뷰 모습. 왼쪽부터 허민 선임기자,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외과 교수, 안 후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욱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 김선규 기자 ufokim@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지금 우리의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그런 짓들을 하면 그건 사실 국가 간 신의의 문제 아닌가. 한·중 관계는 지난 25년간 최고 좋은 시기였다. 진정한 친구라고 하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거다. 특히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그렇게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은 절대 넘으면 안 된다.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식을 안 하고 안보와 외교부터 가장 먼저 챙길 것이다. 안보 수석부터 임명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특사로 가장 먼저 미국에 보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안 됐기 때문에 아직 골든타임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랑 와튼스쿨 동문이기도 하고 같은 비즈니스맨 출신이어서, 저 사람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 나름대로 감이 있고 대화를 풀어나갈 자신이 있다.

△박인휘 교수 = 한국 의사에 반하는 미·중 간의 어떤 ‘딜’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겠다는 말인가.

△안 후보 = 단호하게 그렇게 전하겠다.

△허 선임기자 =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한국에 대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고 보는 건가.

△안 후보 = 중국에 알릴 것이다. 북핵 문제가 대한민국 안보에 가장 중요한 문제고, 안보 문제에 대해선 한국과 동맹관계인 미국과 공조할 수밖에 없으며,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중국의 국익에도 손해라는 걸 제대로 알릴 것이다. 중국에 대해 외교적으로 우리가 얻어내야 할 목표는 경제와 안보를 투 트랙으로 분리해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허 선임기자 = 그러니까 중국이 지금 한국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

△안 후보 = 지금 경제 보복뿐 아니라 문화 보복까지 넘어가고 있다. 그건 아니다.

△허 선임기자 = 4월 위기설과 관련해서 추가로 묻겠다. 단답형으로 답해주셔야 다른 토론이 가능하다.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에 미국이 ‘북폭’을 협의해오면 수용할 생각이 있나.

△안 후보 = (고개를 저으며)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허 선임기자 = 어떤 경우에도 북폭은 수용할 순 없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고 핵 도발을 계속해도.

△안 후보 = 그럼 더 강한 제재와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결국 키는 중국이다. 중국을 움직여 북 도발을 막아야 한다.

△허 선임기자 = 북핵 도발을 막는 방법으로 프리벤티브 스트라이크(preventive strike, 예방타격)가 있고, 프리엠티브 스트라이크(preemptive strike, 선제타격)가 있다. 동의할 수 있나.

△안 후보 = 예방타격은 국제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그런데 선제타격은 우리가 정보를 가지진 못하지 않나. 거기에 대해선 치열하게 논의할 수는 있다. 물론 전쟁은 안 된다는 원칙 아래.

△캠프 김근식 교수 = 선제타격에 대해 협의는 하되 전쟁 가능성은 100% 배제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해석해 달라.

△안 후보 = 맞다. 그런 뜻이다.

△허 선임기자 =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 요격을 승인할 것인가.

△안 후보 = 북의 미사일이 한국 쪽으로 오면 요격해야 한다.

◇경제·사회 분야

△박인휘 교수 = 국제사회가 글로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우리 국가 이익, 우리 산업 구조에 어떻게 연계시켜서 적극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을까.

△안 후보 =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특징은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1차·2차· 3차 산업혁명은 한가지 기술로 인한 혁명이기 때문에 미래 예측이 가능하지만 4차는 수많은 첨단 기술이 동시 발달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합쳐지는 거다. 그러니까 정부가 국정 기조와 운용 철학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지금까진 정부가 예측 가능하니까 앞에서 끌고 갔다. 이젠 아니다. 엉뚱한 산으로 끌고 올라가서 ‘이 산이 아닌가벼’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정부는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정부는 그걸 지원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 엉뚱한 산으로 올라가지 않게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기반 중 가장 중요한 게 3가지다. 교육개혁, 과학기술개혁,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구조다.

△허 선임기자 = 안철수의 성장담론은 ‘공정성장’인데, 공정성장론에 성장론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안 후보 = 저도 그 문제를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 2017년, 대한민국에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경제 성장을 하는 구조가 돼 있다. 그래서 공정성장은 성장론을 담고 있다.

△강성진 교수 = 후보가 말하는 공정한 시장 만들기의 핵심은 뭐냐.

△안 후보 = 공정거래위원회 개혁이다. 공정거래위가 제대로 일을 못한 지 정말 오래됐다. 독일에서 공정거래위가 어딨는지 찾아보니까 업체들이 있는 베를린이 아니라 본에 있더라. 아니 왜 같은 도시에 없느냐고 하니까 원래 베를린에 있다가 통일이 되고 나서 경제 부처들이 베를린으로 몰리니까 공정거래위는 본으로 이사 갔다는 거다. 자기들이 경제부처에 대한 준사법기관인데 매일 같은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멀리 달아났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는 경제부처 오른팔이다. 세종시로 옮길 때 사이좋게 같이 갔다. 이걸 고쳐야 한다. 개혁 방향은 3가지다. 공정거래위에 기업분할권과 계열분리권을 주는 등 권한을 강화하는 게 하나, 독립성 강화가 둘, 투명성 강화가 셋이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 모든 회의록을 요약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누가 어떤 말을 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슨 결정을 내렸는지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을 강화하면 전 전관예우도 사라질 거라고 본다. 공정위 전관예우는 용어가 잘못됐다. 현관범죄다. 투명성을 강화해서 현관을 처벌하면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다.

△강성진 교수 = 일자리 공약을 보면 중소기업 취업 시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까지 지원한다고 되어 있다. 부가가치는 중소기업이 2015년 기준으로 대기업의 35%밖에 안 된다. 정부가 이렇게 개입하는 게 맞나.

△안 후보 = 일자리 해법은 결국 중소기업을 건강한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는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 부족으로 투자가 안 되고 좋은 인력이 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이 예고돼 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하면 나중에 국가적으로 엄청난 복지비용을 써야 한다. 그걸 어떻게 해결할 건가에서 착안한 것이 국가 보조다.

△강성진 교수 = 에너지 문제는 어떤가. 원자력, LNG, 석탄, 신재생 등이 있는데 대안이 뭔가.

△안 후보 = 미세먼지는 안보 문제다. 미세먼지의 3대 요인 중 하나가 화력발전소 아닌가. 정말로 시급하게 그걸 LNG로 바꾸고 신재생 에너지로까지 바꿔야 한다고 본다. 신재생 에너지는 아직 투자도 부족하고 경제성을 입증해야 하는 거니까 우선 LNG로 가고 그다음에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워야 할 거다.

△박상욱 교수 = 지금 20~30대에서 문재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난다. 5년 전 청춘콘서트를 하면서 인기가 많았는데 그동안 청년 표심을 많이 잃었다. 왜 그랬을까.

△안 후보 = 청춘콘서트로 청년들과 소통하고 소통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때가 5년 전이다. 그런데 사람(안철수 본인)이 바뀌어서 그랬겠나. 아니다. 그동안 나는 정치권에 입문하고 치열하게 능력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압축의 경험을 넘어 농축의 경험을 하면서 제 능력을 보여드렸다. 그게 지난해 총선 때 증명됐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정치는 적극적으로 왜곡하는 상대방이 있는 곳이다. 지금 난무하는 흑색선전들이 막 유포가 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현재 세계 흐름이나 기술 트렌드에 대해 청년들과 제일 생각이 잘 맞는 사람이 다섯 후보 중에 나밖에 없다. 미국에서 학교에 다녔고 중국·일본과 사업한 사람이다. 남은 기간에 제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청년들에게 진심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상욱 교수 = 4차 산업혁명 미래의 예측 불가능성을 얘기하면서 ‘10만 인재 양성설’을 얘기했다. 그게 가능한가.

△안 후보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일 답답한 게 정보기술(IT) 부족이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의 축적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인문학과 함께 균형 있게 발전해야 IT가 열매를 맺는다.

△박상욱 교수 = 10만 양성설은 김대중(DJ)정부 때도 나왔던 얘기다.

△안 후보 =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르다.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기초에 해당하는 기술을 교육하는 게 절실하다.

△박상욱 교수 = 후보가 모든 과학기술 정책을 직접 챙기나.

△안 후보 = 하하 예. 과학기술뿐 아니라 성장정책, 복지정책 등 모든 정책과 공약을 제가 직접 챙긴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