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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영화 넘나들며 46년간 대중들과 웃고 울어

“보내도…”

2009년 개봉된 영화 ‘애자’의 명대사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엄마 역을 맡아 “가지 말라”고 오열하는 외동딸에게 “애미 먼저 가서 미안해”라며 내뱉은 이 한마디로 숱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김영애는 이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든 이에게 이렇게 읊조리는 듯하다. 1137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변호인’(2013)에서는 세상 모든 아들들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말아 먹일 것 같은 국밥집 주인을 실감나게 연기했고, 드라마 ‘닥터스’(2016)에서는 삶을 비관하는 손녀를 향해 “밥 먹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하냐? 숨 달려있으면 먹는 거지”라고 꾸짖으며 이 시대의 어머니상을 보여줬다.

양극단을 오간 연기력은 명불허전이었다. 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에서는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평소 못마땅해하던 며느리가 울자 차갑게 “저거 치워”라고 내뱉던 재벌 사모님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2016)에서도 모든 악행의 근원인 사모님 역을 맡아 “없는 것들은 거짓말을 참 잘한답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반면 영화 ‘카트’(2014)와 ‘판도라’(2016)에서는 각각 청소부와 식당주인 역을 맡아 서민의 삶을 대변했다.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영애는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드라마 ‘수사반장’ ‘청춘의 덫’ ‘모래시계’ ‘민비’, 영화 ’겨울 나그네’, ‘겨울로 가는 마차’(사진)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다. 46년간 100편이 넘는 드라마와 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은 그는 백상예술대상 신인상(1974), SBS연기대상 최우수여자연기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상(이상 2000),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2009, 2014),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2014) 등을 수상했다. 2015년 받은 코리아드라마어워즈 공로상은 반세기 동안 배우로 살아오며 대중을 울고 웃게 만든 그에게 보내는 세상의 마지막 헌사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