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작인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대본리딩 현장에서 밝게 웃고 있는 김영애. KBS 제공

- 김영애 별세… 빈소 표정

2012년 췌장암 진단뒤 투병·완치
암 재발하며 “3~4개월 정도 남아”
열달 치료… 다시 드라마에 복귀

선후배 조문 행렬… 눈물 속 작별

66세의 나이로 9일 타계한 배우 김영애가 2015년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2년 가까이 연기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기를 향한 그의 불꽃같던 집념이 만든 ‘기적’이었다.

지난 2012년 췌장암 판정을 받았으나 당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출연 중이었던 김영애는 이 드라마를 마친 뒤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힘든 항암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그는 왕성한 활동을 해오다 지난 2015년 7월 KBS 2TV ‘부탁해요, 엄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됐으나 방송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제작진에 출연을 포기할 뜻을 밝혔다. 당시 김영애는 췌장암이 재발해 “3~4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50부작인 ‘부탁해요, 엄마’가 6개월 가량 방송되는 것을 고려하면 완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결국 그는 눈물을 머금고 물러날 것을 결정했다.

당시 김영애의 소속사였던 판타지오 관계자는 10일 “당시 ‘건강 상의 이유’라고 밝히기는 했으나 사실 췌장암이 재발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황이었다”며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를 온전히 마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우려 때문에 출연을 포기한 천생 배우였다”고 전했다.

이후 약 10개월 간 치료에 매진한 김영애는 이듬해 5월 JTBC ‘마녀보감’, SBS ‘닥터스’를 통해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부탁해요, 엄마’의 차차기작이었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선택했다. 김영애의 몸상태를 알고 있던 제작진은 최대한 그를 배려했고, 김영애는 촬영이 있는 날에는 진통제도 맞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연기에 임했다. 주변 동료들에게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만 살아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는 “몸부터 챙기라”고 우려하는 이들에게 “연기 안 할 때 아프고, 오히려 연기할 때는 몸이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직접 영정사진과 수의를 고르고, 배우다운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했던 김영애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꾸려진 그의 빈소에는 10일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작인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함께 출연했던 이동건, 조윤희, 라미란을 비롯해 신구, 김용건, 고두심, 송강호, 오달수, 조성하 등 생전 그와 함께 연기했던 선후배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김영애와 사돈지간인 가수 조PD는 자신의 SNS에 “너무 고된 생이었습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그 순수한 열정 잊지 않겠습니다”며 “사돈 어르신 가장 아름다우셨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 기억하겠습니다”고 적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