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채창일(왼쪽에서 두 번째) ㈜경성리츠 대표이사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개최한 ‘초록우산 아이리더 발대식’에서 후원아동들에게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채창일 경성리츠 대표이사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윤리경영을 가르치며 올바른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데, CEO이기도 한 제가 실천을 하지 않으면 안되죠.”

지난해 8억 원 가까운 돈을 어린이를 돕는 자원봉사 활동에 기부금으로 낸 채창일(47) ㈜경성리츠 대표이사는 기부단체 매니저가 미안해할 정도로 기부활동을 활발히 하는 CEO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30일 “아동 장학금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리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하시면서 바로바로 기부금을 보내줘 오히려 미안할 정도”라고 했다.

경성리츠는 부산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짓는 중소 건설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400억∼500억 원 수준이지만, 어린이와 관련한 각종 기부활동에는 대기업 못지않다. 어린이 인성 장학금 후원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과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 그야말로 ‘착한 기업’이다. 부산 연제구 저소득계층 100가구에 보일러를 설치해 줬고, 주거 취약계층에 에어컨 설치, 저소득 가정 신입생 교복 구입비 지원, 소아암·백혈병 환아 돕기, 학교 발전기금 기부, 어린이날 큰잔치 후원금 지원, 통일의 날까지 매달 200만 원 기부 등 그야말로 사회공헌 활동 내용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채 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으로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아버지와 깊은 불심(佛心)을 가진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채 대표는 “어린이 지원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며 “평생을 공무원으로 사시며 인자하셨던 아버지와 불교 신자이신 어머니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채 대표가 처음 사회공헌 활동을 한 것은 회사를 세운 지 1년이 지난 2010년부터다. 2009년 지금의 회사를 세운 뒤 부산 동아대 근처에 오피스텔을 지었는데, 오피스텔에 입주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 것이 첫 인연이 됐다. 채 대표는 “회사의 첫 작품이 나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피스텔에 입주한 학생들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정해 장학금을 준 것이 시작이었다”며 “이후 건물이 완공될 때마다 화환 대신에 쌀을 받아서 이를 구청에 전달하곤 했다”고 말했다.

채 대표가 대학에서 윤리경영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큰 배경이 됐다. 채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2010년 동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대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박사학위까지 딴 그가 학생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그에게 겸임교수의 직함을 줬다. 이후 지금까지 8년째 경영학과에서 윤리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채 대표는 “학생들과 윤리경영에 대해 많은 토론도 하고 수업도 하면서 그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여기에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서 받은 영향이 더해져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해 오던 차에 형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기부활동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대표가 어린이 기부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15년이었다. 그해 4월 네팔 대지진이 발생해 어린이재단에서 긴급 구호기금을 모금하고 있으니 도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 채 대표는 기꺼이 기부활동에 동참했다. 그해 낸 기부금만 1억 원이 넘었다.

채 대표는 “지난해 7월 쌍둥이 자녀가 돌을 맞았는데, 잔치는 구내식당에서 조촐하게 하는 대신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매일 1만 원씩 모아온 돈 730만 원을 부산지역 미혼모 아기들의 돌사진을 촬영하는 데 기부했다”며 “그 일 이후로 큰딸과 쌍둥이 딸 등 세 자녀 모두 어린 나이이기는 하지만 정기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부금은 아버지인 채 대표가 아이들 이름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기부활동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한 번도 기부활동 경험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동양문화의 영향도 있을 거고요. 그 때문에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기부활동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많은 사람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선한 CEO가 운영하는 회사도 좋은 결과를 나을 수 있는 것일까. 채 대표의 회사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