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찬반 양론 뚜렷

5당 원내대표가 27일 머리를 맞댔지만, 상법 개정안과 근로시간 단축법, 대우조선해양 회생안 등 쟁점 현안은 이날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이 찬반 양론이 뚜렷한 법안을 처리해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제4차 고용노동 소위를 열고 기존 주7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재논의한다.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업계의 반발이 심해 대선 전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처리키로 했던 상법 개정안도 대선 전 처리는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법사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자체가 무산되면서 3월 임시국회 처리는 이미 물 건너갔다. 법안소위 제1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간사가 상법개정안 통과에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작 의지가 없는 쪽은 민주당”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상법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민주당의 비협조로 무산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투입되는 신규 자금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나 몰라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당은 경남 거제시를 지역구로 둔 김한표 의원이 연일 “대우조선해양이 침몰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정부 조치에 유감을 표시했지만, 국회 차원의 촉구 노력까지는 진전되지 못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대우조선해양을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대규모 실업을 초래하는 구조조정을 선택하는 것을 정치권에서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