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국민연금, 출자전환 ‘부정적’

대우조선 분식회계 기간 발행
회사채 48.9%, 3개기관 보유
사채권자집회 개최전 ‘삐걱’

국민연금‘삼성물산 트라우마’
‘특정대기업 회생 동원’우려도

대우조선해양 조건부 지원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공단이 출자 전환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4월 중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가 대우조선 회사채가 분식회계 기간 중 발행된 사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1조3500억 원 중 국민연금(3800억 원)과 우정사업본부(1800억 원), 사학연금공단(1000억 원) 등 기관 세 곳이 절반에 가까운 48.9%를 쥐고 있다. 이를 포함, 전체 대우조선 회사채 중 70%를 기관이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계획대로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 재조정(50% 출자전환, 50%는 3년 만기 연장 후, 3년 분할상환)을 위해선 이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동의 요건은 총 발행 채권액 3분의 1 이상을 쥔 사채권자들이 참석해야 한다. 또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 채권액 3분의 1 이상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들의 동의 없이는 2조9000억 원 신규 자금 지원도 불가능해진다.

국민연금 등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 회사채가 분식회계 기간에 발행됐는데도 정부나 국책은행이 일방적으로 ‘손실 분담’ 원칙만 내세우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된 대우조선 분식회계 기간은 2008년부터 2016년 3월까지다. 회사채 투자자는 잘못된 회계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했다며 소송 등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

기관 투자자의 ‘바로미터’ 성격을 가지는 국민연금의 고민은 더 깊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합병에 찬성했다가 외압 의혹 등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신규 자금 지원으로 국가 경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금융당국 논리에 찬성했다가 자칫하면 특정 대기업 살리기에 국민 노후자금을 동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중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회사채의 부실 내용을 심의해 의결할 예정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2조9000억 원 투입 후에도 회생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채무 재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정선·유현진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