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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법조·학계 ‘한목소리’

“폭력시위 조장은 절대 안돼
헌재 결정 불복 운운하는 건
또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것”

“새로운 갈등 부추기지 말고
이번 기회에 다시 체제 정비
선진 사회로 나아가게 해야”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헌재의 결정이 더 큰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고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진일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 유력 대선 후보 등 정치권부터 나서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헌재 결정 승복해야 = 한국 헌법학계 거목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탄핵 결과에 승복하는 게 당연한 거라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이번에 국민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나라가 정상화된다”며 “10일 선고가 새로운 갈등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 석좌교수는 “헌재가 선고했는데 승복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법치국가냐”고도 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이번 탄핵은 역사적인 결정이고 헌재가 오랜 시간 고심해서 어렵게 결정한 만큼 승복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헌재 결정에 대한 법리적인 비판은 가능하다”면서도 “불복하는 행동으로 나서거나 폭력 시위를 조장하는 행위는 국가 제도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담 변호사는 “헌재가 10일 내릴 결정이 어떠하든 그 결정이 지난 몇 달간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정 공백을 야기한 비상사태를 끝내는 유효하고도 유일한 종국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규 변호사도 “헌정 질서가 파괴됐다는 이유로 진행 중인 탄핵 심판 헌재 결정에 불복 운운하는 것은 또다시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발언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무책임한 정치권에 대한 비판 쏟아져 = 특히 정치권이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여론을 선동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의견 개진 수준을 넘어 헌재를 압박하고 여론을 선동하는 듯한 행위를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쏟아졌다. 김 전 총장은 “정치인들이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서 선동하고 있다”며 “참다운 지도자라면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석좌교수는 “자기에게 유리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하면 불복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도 “헌재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태극기·촛불집회에 참석하고, 헌재 결정이 자기 뜻대로 나지 않을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듯한 발언을 하는 정치인은 법치주의 운운할 자격도 없고 대통령 자격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3월 10일 이후 한국 사회 달라져야” = 전문가들은 헌재의 10일 선고가 단지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확정 짓는 결정에 그치지 않고 그간 계속돼 온 갈등을 종식시키는 한편, 한국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지렛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장은 “이번 사태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경제는 발전했지만 사회 시스템이 선진화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며 “이제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이 나고 후폭풍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개헌과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한국 천주교는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의 호소문을 통해 “헌재의 선고는 국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며 “엄정하게 이루어진 판결에 불복하는 극렬한 대립과 갈등은 파국을 향한 광란의 질주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는 “내일의 대한민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삶이요 터전”이라고 호소했다.

민병기·김리안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