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발의’ 12월 16건
목적 불분명한 일정 많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정국이 극심한 혼란기임에도 국회의원들은 명분이 불분명한 외유성 해외출장을 대거 갔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출장이 현지 대사관 오·만찬, 한국전 참전비 헌화 등 느슨한 일정으로 채워졌고, 출장 보고서 내용도 부실했다.

8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0대 국회 의회외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20대 국회 개원 후 올 1월 중순 현재 총 67건의 해외출장이 있었다. 이 중 정기국회 개원을 앞둔 지난해 8월에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월에도 16건의 해외출장이 추진돼 총 32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해외출장을 떠나서도 대사관 오·만찬, 시청 시찰 등 목적과 명분이 불분명한 일정이 허다했다. 지난해 9월 13∼18일 4박 6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및 독일을 방문한 여야 의원 5명은 총 5개 공식 일정 중 2개가 대사관 관저 만찬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보고서에 게재된 방문 성과도 굳이 당사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포털 검색으로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10월 19∼21일 환경노동위원 13명이 2박 3일간 일본을 방문하면서 수행한 일정도 하루 1개꼴에 불과했다.

국회는 이러한 해외출장을 위해 총 22억 원을 썼다. 이는 국회의장단 및 정보위원회 출장 등 비공개 출장, 아직 정산 중인 12건의 출장을 제외한 비용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외부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엄격하게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을 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