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마크 도크렐(왼쪽 세 번째) 영국 보건국 담배관리국장이 영국의 금연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제공

- 금연정책 성공 위한 국제 심포지엄

우리나라 담뱃값 OECD 31위
2000원 인상에도 여전히 저렴
EU 경고그림 면적 65% 이상
호주는 민무늬 담뱃갑 등 도입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된 기금
금연 서비스 국한해 사용해야”

2015년 시행된 ‘담뱃값 인상’을 놓고 논란이 여전하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성인 흡연율이 감소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흡연율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없고 정부의 세수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대선주자가 담뱃값을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면서 논란에 가세하고 있다. 대표적인 금연정책으로 꼽히는 담뱃값 인상이 과연 효과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은 효과적인 정책이 분명하지만, 실제 원하는 수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현재의 담뱃값보다 가격이 더 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가격 인상 등 직접적인 금연정책과 함께 경고그림, 금연구역, 금연서비스 등 비가격정책도 추진해야 성과를 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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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저렴한 한국 담뱃값=서홍관(국립암센터 교수)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 주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관)에서 “2015년 한 갑당 2000원이 인상된 후에도 우리나라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라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담뱃값은 아직도 낮은 편으로, 대폭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담뱃값은 3.80달러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담뱃값이 우리나라보다 싼 나라는 체코·멕시코 등에 불과하다. 담뱃값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도 34개국 중 32위로 여전히 낮다. 서 회장은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담뱃값이 OECD 국가 평균인 7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상분도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다고 분석한다. 금연운동협의회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지난해 국내 담배 반출량(전년도 11월∼당해 연도 11월 기준, 37억2000만 갑)과 판매량(당해 연도 1∼12월 기준, 36억6000만 갑)이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에 비해 각각 8억4000만 갑, 7억 갑 감소했다. 또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지원서비스 예산도 13배 증가해 흡연자들이 금연진료를 사실상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게 서 회장의 분석이다.

조성일(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대한금연학회장은 “2015년 담뱃값 인상 직후 뚜렷하게 감소한 담배 반출량이 최근 다시 늘었지만, 저소득층·청소년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감소 상태를 유지해 만족까지는 아니어도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남성 흡연율 감소가 예상보다 미진한 것은 금연구역 확대·금연서비스 강화 등 비가격정책의 효과가 미흡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까지 흡연율 변화를 정밀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 인상의 직접 효과뿐만 아니라 비가격정책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간접효과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담뱃값 인상분이 금연서비스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목됐다. 서 회장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약 60%는 건강보험에 사용하고 보건산업 연구·개발 비용에도 지출하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으로 추가 확보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금연정책·건강증진에 국한해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합적 금연정책 펼쳐야=우리나라의 비가격정책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금연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서 회장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판매되는 담배는 경고그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담뱃갑 면적의 65% 이상으로 우리나라(50%)보다 넓다”며 “특히 호주에서는 담배회사의 로고와 디자인을 없앤 민무늬 담뱃갑(plain packaging)을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도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편의점 광고를 포함한 담배 공급사슬 끊기, 효과적인 금연치료의 보편화, 완전한 간접흡연 추방”이라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적인 합의를 이뤄 차기 정부에서 명시적인 장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세수 확보와 함께 담배업계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와 인력 확보를 통해 금연희망자가 적극적으로 국가 금연프로그램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영국 보건국의 마크 도크렐 담배관리국장은 “영국의 건강보험인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지방 정부가 제공하는 금연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면 금연율이 4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방 정부의 금연 지원을 통해 지금까지 100만 명이 담배를 끊었다”고 소개했다. 흡연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일본도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 노부히코 하라다 변호사는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하고 간접흡연을 방지하는 정책을 고려 중”이라며 “지난해 10월 발표한 시안에는 공공시설 안에서의 흡연 금지, 흡연자에게 과태료 부과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