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jae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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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大 키워드’로 본 劉

“사드 배치·對北 송유관 차단”
안보분야 강경 보수 가까워

논란 빚은 ‘보수후보 단일화’
“대선서 野 이기려면 꼭 필요”

‘최전선에서 朴 도왔다’지적엔
“난 대통령에 할말 다한 사람”

탈당 → 무소속 당선 → 복당
“나도 고통… 국민 배신 안해”

‘대통령 4년 중임’개헌 주장
“개혁에는 강한 리더십 필요”

물려받은 ‘정치 금수저論’엔
“행적 깨끗하다면 문제 안돼”

대선 주자 가운데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처럼 변전(變轉)을 거듭한 인물은 찾기 힘들다. 최근 2년간 유 의원은 대통령 권력에 맞서다 집권당(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20대 총선 공천 배제-무소속 당선-복당-박근혜 대통령 탄핵-탈당-신당 창당 등의 숨 가쁜 이력을 써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 의원은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 앞에 펼쳐진 대선판은 비바람 몰아치는 풍랑의 바다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실패와 국정농단 파문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 주군을 배신했다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념적 정체성이 뭐냐는 의문, 아버지(고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후광을 입어 쉽게 금배지를 땄다는 ‘정치적 금수저’ 논란도 이겨내야 한다. 무엇보다 유 의원은 자신의 출신지이자 보수정치의 지역 기반인 대구 민심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힘든 과제 앞에 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2~3%를 맴돌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치러질 ‘벚꽃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70일가량. 그러나 유 의원은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유 의원은 탄핵 이후 국면이 바뀔 것이고, 지지도는 요동칠 것이며, 보수는 폐허 위에서 다시 희망의 종을 울릴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신발 끈을 동여맨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에 충실한 정치를 하며 끝까지 간다면 국민이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소망도 가져본다. 2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그는 “따뜻한 보수라면서 왜 그렇게 차갑고 까칠하냐”는 본 기자의 질문에 “약한 분들께는 따뜻하고 눈물 많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념적 정체성

유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최전방 일반전초(GOP) 소초를 찾아 새해 첫날을 맞았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게 어떤 건지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안보관은 시쳇말로 ‘꼴통보수’에 가깝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안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문빠’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았다. 유 의원은 기자에게 “(공격받은 뒤) 읽지 못하고 내버려 둔 문자만 2만 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는 2013년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주장을 해왔다.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를 위해 중국의 대북 송유관 차단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관도 생각만큼 과격하지 않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지 않으며 재벌해체론자도 아니다. 유 의원은 관훈토론 답변에서 재벌총수의 경영권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00년에 펴낸 자신의 책 ‘재벌, 과연 위기의 주범인가’에서는 “정부가 경제위기의 주범, 관치금융 하 은행이 하수인, 재벌은 기껏 공범 내지 종범”이라고 썼다. 그의 성장론은 창업 생태계 조성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성장론’이다. 진보 진영의 ‘분배론 아닌 분배론 같은’ 성장론과는 결이 다르다. 유 의원은 자신과 경제 쪽으로 잘 통하는 사람으로 안철수를 꼽는다. 그는 기자와 만나 “대한민국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책임한 진보가 아니라 보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스스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기자가 관찰하는 그는 ‘안보도 경제도 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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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후보 단일화

유 의원은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이어지는 앙시앵 레짐은 끝났다. 새 시대로 들어가는 데 있어 새로운 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의 결별 이유이자 바른정당 창당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보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창당하기 전 20%까지 치고 올라갔던 정당 지지율이 창당 한 달 만에 5∼6%대로 곤두박질친 게 그 방증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의 ‘보수후보 단일화’ 주장이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당 대선 주자와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건데, 당내에서는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라는 혹평이 나온다. 이러려고 여당을 박차고 나왔느냐는 것이다. 유 의원은 “1997년 DJP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에는 극과 극이 합쳐진 것인데, 거기에 비해 나의 보수후보 단일화는 명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진보 진영은 막강한 후보가 나올 텐데 보수 정당들이 각자 후보를 내세우면 대선은 진보 쪽에 갖다 바치는 꼴이라는 게 그의 논지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낮은 지지도를 타개하고 대구·경북(TK)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정농단 책임론

유 의원은 2005년에 박근혜 당 대표 비서실장을 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엔 박근혜 후보를 최전선에서 도왔다. 10여 년 전 일이라지만 박근혜정부가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유 의원은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집권 후엔 대통령 권력의 서슬이 시퍼럴 때 내가 당에서 유일하게 할 말을 다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최순실이 뒤에 있었던 거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자신과 같은 의인(義人)이 몇 명이라도 있었다면 국정농단이나 대통령 탄핵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란 주장도 폈다. 보수 진영이 참회 차원에서 대선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식이라면 문재인과 안희정도 과거 노무현 국정 실패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니까 대선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유 의원은 관훈토론 답변에서 “정권교체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박근혜정부 싫다고 노무현정부로 가자고 하면 안 된다. 미래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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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냐 배신자냐

유 의원은 늘 ‘권력에 대한 저항자냐’ 아니면 ‘주군에 대한 배신자냐’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2015년 6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박 대통령과 맞섰다가 탈당 후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돌아왔다. 이후엔 박 대통령 탄핵 소추에 앞장섰는데 유 의원은 그때의 경험을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배신이란 이미지는 늘 그를 억누르는 짐이었다. 그 결과일까. 유 의원은 자신의 지역 기반인 대구에서조차 지지도가 10% 아래에 머물러 있다. 유 의원은 “내가 국민을 조금이라도 배신했다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면서 “(배신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단어이며, 입에 올리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 관련 헌재 결정이 나온 뒤 국민이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할 때에는 과연 누가 국민을 배신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통령 중임 개헌론

바른정당은 지난 23일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직선 대통령이 외치를 담당하고 국회 선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사실상의 이원정부제다. ‘대선 전 개헌’도 추진키로 했다. 문제는 유 의원이 이원정부제를 극도로 싫어하는 ‘대통령 4년 중임’ 개헌론자라는 점이다. 유 의원은 평소 “외교·안보가 엄중한 상황에서 최악의 정치체제가 이원정부제”라고 말해 왔다. 국회 표결 시에는 당론에 관계 없이 소신에 따른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해 기자와의 ‘차기 리더 직격 인터뷰’ 때에도 “저성장·저출산 극복, 남북통일 등 중차대한 개혁 과제들을 이루려면 중임제하에서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대선 전 개헌’ 추진에 대해서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기자에게 ‘집권 후 개헌’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연정(聯政)론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제에서는 단순 연정이 아닌 협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금수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을 갖고 힘들이지 않고 정치권에 진입했다는 지적에 대해 유 의원은 “우리나라의 가진 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없는 게 문제긴 하지만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내고 모든 걸 깨끗하게 한다면 누구 아들이라서 안 된다 이런 논리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딸의 고액 예금 논란과 관련해선 “딸이 늦둥이여서 조부모가 준 돈과 저희 부부 돈도 (딸 명의 계좌에) 있었는데, 깔끔하게 해놓지 못한 건 제 불찰”이라며 “지난해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대선 자금에 대해서는 “지난 2004년 불법대선자금 사건 때 구치소 면회를 하도 많이 가서 제가 다음에 선거에 나가도 대기업들에 손을 내미는 것은 진짜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선거는 돈을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몸으로 머리로 때우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