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광성·김욱일 조사 관련 공문
김정남 가족 DNA 확보 위해
中협조 어떻게 이끌어낼지 주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이 현지 주재 북한 대사관에 수사 협조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사인을 맹독성 신경작용제 VX 중독으로 결론 낸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그의 신원 확인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27일 현지 소식통은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교부 명의로 현지 북한 대사관에 전달한 공문을 통해 공식 수사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공문에는 용의자로 지목된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 조사에 응하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현지 남성은 지난 25일 오후 북한 대사관에 서한을 전달했다. 당시 이 서한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서한 겉봉에는 ‘말레이시아 정부 공식 문건’이란 문구와 말레이시아 외교부 인장이 찍혀 전달된 서한이 북측 용의자의 출석을 요청하는 공식 수사 협조 요청서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북한 대사관이 현지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현지 소식통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협조 요청을 했지만 북한 대사관이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 여권 소지자인 현광성을 현지 경찰에 보내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 신변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김정남의 신원 확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남은 여권상 신원이 ‘김철’로 돼 있다. 따라서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밝히려면 가족의 DNA를 확보해 시신에서 나온 DNA와 대조하거나, 그의 치과 기록 등 과거 의료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가족을 직접 접촉해 DNA를 확보하려면 이들 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당국이 중국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낼지 주목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