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남 암살’ 의문점 해소

VX, 두 물질 만나면 독성 생겨
두 여성들 손에 다른 물질 발라
金 얼굴에 문질러 섞이게 한 듯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얼굴 피부와 눈 점막 등에서 신경작용제인 ‘VX’가 검출되면서 범행에 나섰던 두 여성이 맨손에 용액을 묻혔던 점을 비롯해 남아 있던 의문점 등이 해소되고 있다. 독성 전문가들은 VX가 두 물질이 섞여 독성이 생기는 이원화 화학탄이라는 점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27일 이남택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 부소장은 “VX는 워낙 맹독성이라 운반에 어려움이 있고, 잘못 취급하면 사상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혼합 형태로 사용한다”면서 “주성분인 QL이라는 화학물질에 황화합물(NM, NE)을 섞으면 VX 신경작용제가 생성된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가 화학물질을 각각 따로 김정남 얼굴에 묻혀 VX가 만들어지게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에서 두 명의 ‘행동대원’이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QL과 NE는 따로 존재할 경우 인체에 커다란 해가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흐엉과 아이샤가 맨손으로 화학물질을 김정남의 얼굴에 문지르는 것도 가능했던 셈이다. 아이샤는 별다른 VX 반응이 없고 흐엉은 구토 증세를 호소한 것도 설명이 된다. 두 화학물질이 만나면 VX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먼저 김정남의 얼굴에 액체를 뿌렸던 아이샤보다는 나중에 공격에 나섰던 흐엉은 순식간에 VX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샤와 흐엉이 범행 전 예행연습을 했던 것도 두 물질이 제대로 섞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이들의 공격 과정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리재남(57)과 오종길(55)등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유유히 출국할 수 있었던 것은 눈 점막과 얼굴에 노출시키면 즉사가 아니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반응이 나타난다는 임상시험을 통한 VX의 인체반응 데이터를 북한이 확보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