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은신처로 지목된 北대사관 22일 북한의 김정남 암살 사건을 취재 중인 기자들이 범행에 연루된 현광성(44) 2등서기관과 김욱일(37) 고려항공 직원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의 동정을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 ‘암살’ 열흘만에 첫 반응

“공화국 공민 쇼크로 사망”
김정남 이름은 거론 안해
말레이경찰 신원확인 의지
“김한솔 만나러 마카오갈것”

북한이 2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을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로 지칭하며 이번 사건이 “남한이 대본을 짠 음모책동”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한국사회 내부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김정남 암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사건 발생 열흘 만에 보인 첫 반응으로 북한은 담화문 어디에서도 김정남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김정남의 여권 이름인 ‘김철’ 언급도 없었다.

북한은 김정남 암살을 한국 보수 언론들이 퍼트리는 ‘낭설’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담화문에서 “사건 초기 말레이시아 외무성과 병원 측이 북한 대사관 측에 ‘심장 쇼크에 의한 사망’임을 확인해 시신을 이관해 화장하기로 했다고 통보했으나 한국 보수언론이 ‘독살’을 주장했다”며 “말레이시아 비밀경찰이 이를 무작정 기정사실화, 제기하면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말레이시아 측의 부검강행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륜 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며 “더욱이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말레이시아 측의 부당한 행위들이 남조선 당국이 ‘벌려놓은’ 반(反)공화국 모략소동과 때를 같이하여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 내용에 대해서도 “허점과 모순투성이”라고 규정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이 그 누구의 조종에 따라 수사방향을 정하면서 의도적으로 사건혐의를 우리에게 넘겨씌우려 한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마카오로 가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시신 확인 및 인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말레이시아 현지 중문매체 중국보(中國報) 등은 “말레이시아 경찰본부가 23일 3명의 경찰관을 마카오에 파견해 현지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김정남의 부인과 자녀의 DNA 샘플을 채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익명의 말레이시아 관리를 인용해 “현지 북한대사관의 현광성(44) 2등 서기관과 김욱일(37) 고려항공 직원이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다”며 “현광성은 전체 음모의 감독자로 그의 역할은 음모의 이행을 대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