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가짜뉴스 만들어” 호통
“오바마 엉망진창 정부 넘겨”
자화자찬 발언은 비중 있게

허핑턴포스트 “대폭락” 평가
CNN “놀라운 역사의 순간”

‘분노, 호통, 불만, 독설, 남 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장장 77분에 달하는 기자회견에서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 게이트’를 언급하면서 정보기관·언론에 분노와 불만을 쏟아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까지 “모든 것을 엉망진창(mess) 상태로 넘겨줬다”고 비판하면서 예의 ‘남 탓’도 빠지지 않았다. 허핑턴포스트가 “77분간의 대폭락(meltdown)”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나는 어려운 문제들을 다 잘 다룰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하면서 나르시시즘(자아도취) 성향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이날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으로 낙마한 앤드루 퍼즈더를 대체할 알렉산더 아코스타 신임 노동장관 지명자를 발표하는 ‘짧은’ 기자회견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광설 회견으로 변질된 것은 순전히 트럼프 대통령 탓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퇴로 이어진 ‘러시아 게이트’를 방어하면서 정보기관·언론 등에 무차별 공격을 가했기 때문.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를 집중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직접 거명하면서 “정보기관의 정보유출은 사실이고, 뉴스는 모두 다 가짜”라고 주장했다. CNN방송 기자가 “대통령께서 우리 회사를 ‘가짜뉴스’라고 했는데”라면서 질문을 시작하자 말을 가로챈 뒤 “말을 바꾸겠다. 정말(very) 가짜뉴스”라고까지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여기자가 흑인·히스패닉 의원들과의 면담을 언급하자 “당신이 면담을 주선하고 싶냐. 당신이 그들의 친구 아니냐”면서 면박을 줬고, 전임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해서는 “많은 문제를 엉망진창 상태로 물려받았다”면서 ‘엉망진창’이라는 단어를 4차례나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 발언도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내가 당선에 필요한 대의원 270명은커녕 230명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는 306명을 차지했다”면서 “내가 당선되자 벌써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문불출하는 영부인 멜라니아에 대해서도 “환상적인 영부인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 CNN 방송은 “놀라운 역사의 순간”, 뉴스위크는 “전투적 기자회견”이라고 평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장남인 마이클 레이건도 이날 뉴스맥스 TV와의 인터뷰에서 “도저히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지켜볼 수 없었다”면서 “나르시시즘 대통령이 ‘나(I)’라는 표현을 얼마나 자주 썼는지 다 세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