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일정이 짧아지면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검증할 시간도 짧아진다. 그만큼 포퓰리즘 공약이 판칠 가능성은 커진다. 최근 그런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야권 유력 주자의 한 사람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합리적 주장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안 지사는 7일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복지국가 대토론회에서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복지” “근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복지를 우선 제공하자”면서 ‘절대 약자(弱者) 우선 복지’ 구상을 밝혔다.

안 지사의 약자 우선 복지론(論)에 대해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보편적 복지’ 포기라는 비판이 일고,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복지 논의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채용 확대 공약에 대해서도 “세금 걷어 공무원 숫자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소신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원리를 고려하면 당연한 주장이지만, 그래도 돋보이는 것은 야권 주자들이 앞다퉈 기본소득·청년수당 등 ‘현금 살포 복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보가 중도·보수층을 의식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보수 인사들까지 포퓰리즘에 가세하는 풍토에서, 야권 인사가 제기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안 지사는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 정치 보복 반대, 한·미 사드 합의 존중 입장을 밝혔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무조건 구속이 법 정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단 신선한 도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