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시기 명시안한채 ‘거리두기’
예우 갖추되 중도층 민심 고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원수시고, 새해 때 제가 인사를 못 드렸는데, 하여튼 전화를 한번 드리는 게 마땅치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에게 전화 드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를 봐서 한번 인사를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화 예정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직무가 정지된 채 탄핵 심판을 받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참 모호하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건 이전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반 전 총장을 거론해왔다. 박 대통령과 반 전 총장 사이에 조용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전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에 연루돼 국민적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두 사람 사이는 이전과 다르게 벌어졌던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전화를 걸면) 박 대통령은 흔쾌히 반 전 총장의 전화를 받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앞으로 박 대통령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반 전 총장은 이날 전화 통화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 직접 대면 인사를 하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통합을 앞세운 만큼 중도층을 겨냥한 대선 행보를 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국가원수에 대한 기본 예우는 갖추되 과도하게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략상 옳지 않다”고 밝혔다.

김만용·박세희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