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반기문(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도로명 새주소가 기재된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현충원서 첫 공식 행보

모든 전직 대통령 묘역 방문
문재인은 2012년 DJ만 찾아

정권교체 대신 정치교체 강조
親文 패권주의 겨냥한 주장

팽목항 등 민심듣기 계속할듯
설연휴 직후 출마선언 가능성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하루 뒤인 13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 반 전 총장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두루 참배하면서 귀국 메시지에서 내놓은 대통합 행보를 시작했고, 좌우와 보혁을 뛰어넘는 대타협 의지를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앞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화합과 통합, 소통과 포용 정신을 보여주는 한편, 젊은이들이나 사회적 약자들과 꾸준히 접촉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어 설 연휴 직후 공식 출마선언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참배를 이어갔다. 이후 아웅산묘역과 애국지사 묘역,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용사와 무명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평화와 안전 및 개발을 위해 노력한 후 귀국하였다”며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굽어살피소서”라고 적었다. 반 전 총장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더욱 굳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현충원 참배는 애국선열의 슬기와 용기,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희망을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대선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 선명하게 각을 세우고 야권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가운데, 여권은 물론 중도층과 일부 진보층까지 아우르겠는 포석으로 읽힌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후보는 전직 대통령 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만 참배했다. 반 전 총장은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친문(친문재인)·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와 기득권 청산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친박 패권주의는 물론, 이번 민주정책연구원 개헌저지보고서에서도 드러났듯이 친문 패권주의가 공고하다”며 “이런 세력들을 청산해야 국민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문 전 대표에게 맞서 ‘정치교체’를 주장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친문 세력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 세력을 야권의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하고, 기득권 패권 청산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를 위해 주말 동안 고향인 음성과 충주를 방문한 후 16일부터 전국을 돌며 본격적인 국민통합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 진도 팽목항을 찾아 보수와 진보의 화해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국립현충원 참배 후 동작구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한 학생을 만나 “스페인은 (청년실업률이) 40%까지 됐고 우리나라도 실제 체감은 20% 이상”이라며 “정치권 지도자들은 청년실업 문제에 심각한 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주민센터 근처에서 청년들과 함께 김치찌개 오찬을 했다.

김윤희·박세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