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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뒤 세 작품 연속 성공… 박용호 뮤지컬 프로듀서

“10년간 회사(뮤지컬 해븐)가 저 자신 그 자체였어요. 폐업 후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었죠. 지난해 ‘스위니 토드’를 프로듀싱 하는 과정에서 느낀 바가 많아요. 너무 경직돼 있었던 건 아닌가. 초심은 변함없지만 유연성이 생겼죠. 새 작업 방식으로, 새 도약을 꿈꿉니다.”

박용호(사진) 뮤지컬 프로듀서는 ‘쓰릴 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실험적이고 개성 강한 작품으로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확보하고 있던 뮤지컬 해븐의 전 대표다. 영화제로 치자면 ‘아카데미’보다 ‘선댄스’를 지향했다. 그는 실력 있는 신인을 보는 안목도 뛰어나 주원, 강하늘, 김무열 등을 발굴했고, 공연 팬뿐 아니라 평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뮤지컬 해븐이 2014년 법정 관리에 들어가고, 회생에 실패해 문을 닫았을 때 업계의 충격은 컸다. 외형은 커졌으나, 내실을 다지지 못한 국내 공연 시장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독립 프로듀서와 파트너들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협업 방식, 즉 브로드웨이식 제작 시스템이 결국 답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며 “한국 공연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박 프로듀서는 소극장 뮤지컬 열풍의 시작이자 국내 뮤지컬 오픈런(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것)의 시초인 ‘김종욱 찾기’의 초연 프로듀서로 유명하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외환위기(IMF)를 겪으며 수차례 이직을 했으나 “내가 만든 회사를 내 손으로 닫아야 했을 때만큼 힘들었던 적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1년여간의 공백 후 다시 공연계로 돌아온 그는 ‘넥스트 투 노멀’ ‘스위니 토드’ ‘키다리 아저씨’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제가 좋아하고, 또 무대에 올리고 싶은 작품만 선택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달라진 건 제작 방식이죠.” 초심은 그대로, 유연성을 더한 것. 그는 현재 에이리스트코퍼레이션 공연 부문 대표를 맡고 있지만, ‘프리랜서’처럼 활동한다. 넥스트 투 노멀은 광고회사 프레인과, 스위니 토드는 오디뮤지컬컴퍼니와, 키다리 아저씨는 대명문화공장과 함께 작업했다. 조승우와 옥주현이라는 톱 배우를 내세워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스위니 토드는 본래 2007년 박 프로듀서가 초연했던 마니아적인 작품이다. 올해는 공동 프로듀서인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의 색깔이 많이 들어갔다는 평. 2018년에는 박 프로듀서의 색이 강한 또 다른 스위니 토드가 올라갈 예정이다. “제작자의 의무는 신작을 발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신작에 검증된 배우들이 동참해 주면 시너지가 생기죠. 관객들 사이에서도 공연을 선택할 때 배우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작품인지를 고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죠. 이게 공연시장 성장의 ‘삼위일체’이죠.”

그는 공연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뮤지컬은 예술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장르라고 했다. “내년 스위니 토드에도 숙제가 있어요. 배우 조승우가 없으면, 관객이 그만큼 안 온다는 건 자명해요. 한때는 스타도 쓰지 않고, 대본도 절대 안바꾸는 등 제 방식을 고집했어요. 이젠 유연하게 움직이려고 해요. 조력자들이 있으니까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