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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 개혁 사이 균형추 역할
5월 대선 앞두고 온건파 타격

이란의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도와 이슬람 혁명을 이끈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83·사진) 전 이란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강경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온 그의 타계로, 5월 대선을 앞둔 이란의 온건보수파와 개혁파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국영방송(IRIB)의 보도를 인용해 8일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혁명 위인의 영혼, 인내와 저항의 상징이 천국으로 떠났다”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이슬람 혁명 1세대’로 정치계 고위직을 두루 거친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슬람 혁명의 기둥”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보수파이지만 정치적 사안에 따라 개혁파, 온건파와도 손을 잡으며 실용적 노선을 걸어와 이란 정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온건파인 로하니 대통령도 그의 지지에 힘입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평가까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부재로 이란 정치권의 극단적 반미 성향이 강화되고 양국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내에서는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온건파, 개혁파들의 정치적 버팀목이 사라진 셈이라 5월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것은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79년 11월 혁명 정부의 내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부터였다.

그는 1년 후 곧바로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으로 선출돼 9년간 재임했고, 1989년 7월 제5대 대통령에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어 1993년에도 재선에 성공해 1997년까지 이란을 통치했다. 1983년부터 사망 직전까지는 무려 34년 동안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권한이 있는 헌법기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강경보수파인 혁명정부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그는 중도개혁적 성향을 보였다. 특히 1988년 유엔이 제시한 이란-이라크전 휴전 성사를 위해 호메이니를 설득하면서 서방국에 이름을 알리게 됐고, 대통령 당선 후엔 서구에 문호를 개방, 외국인 투자 유치와 여성 인권 향상 등에도 앞장 서면서 개혁적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2009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등 개혁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혁명동지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