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아닌 중립지대서
반기문發 정계개편 신호탄
일단 충청의원 중심 세력화
개헌 매개로 TK와도 연대

독자신당 창당은 어려울 듯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15일쯤 귀국 예정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구축해 대선에 나서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반 총장 측은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권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우선 정치적 진지를 구축한 후, 보수·중도 및 지역 대통합론 깃발을 들어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을 제외한 정치세력들을 모두 끌어안는 정계개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충청권 의원 10명 안팎은 반 총장의 귀국 후 반 총장 거취에 따라 집단탈당을 도모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충청권 의원은 “지난 21일 모여 그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의원이 “일단 반 총장의 뜻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박덕흠·이종배·경대수 의원이 이튿날인 22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반 총장과 면담을 했다.

또 다른 충청권 의원은 “면담과정에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의지가 확고했다고 전해 들었고, 그렇다면 우리도 탈당을 불사해서라도 반 총장과 정치운명을 같이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했다. 이들은 일단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제3 지대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정당에 소속되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연대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3 지대에서 새누리당 내 중도성향 의원, 개혁보수신당, 국민의당,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연대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보수신당과의 연대를 통해 수도권에 기반을 둔 중도 보수세력, 국민의당과 민주당 비문 세력을 끌어안고 호남까지 아우르는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그동안 김 전 대표에 대해 자주 호의적인 평가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 측은 대구·경북(TK)과 50~60대 이상 등 자신과 지지기반이 겹치는 새누리당과도 개헌을 매개로 느슨한 연대를 이어가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반 총장 측 인사는 “반 총장이 충청도라는 특정 지역, 보수라는 특정 이념에 갇히지 않을 것”이라며 “개헌을 비롯해 국민 요구를 이뤄가기 위해 다양한 분과 힘을 합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반 총장과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은 이르면 내년 5월 중순 치러질 대선 준비를 위해 당초 계획보다 빨리 귀국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귀국 후 당분간 토크콘서트 등의 자리를 통해 20~30대 청년들과 국내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한편, 반 총장의 측근인 김숙 전 유엔 대사는 반 총장과 신천지 관계자가 함께 찍은 사진과 관련, “세계여성의날 유엔행사에서 한국인 여성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사진 촬영을 권해와 그에 응했을 뿐”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신천지 연관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