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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前문체부장관 밝혀

“국무회의 안거쳐 위험” 의견에
朴 “국민 전체 말 들으란거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해체 등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내각 국무위원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발표했다는 주장이 당시 국무위원이었던 유진룡(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의해 제기됐다.

유 전 장관은 2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중요한 정부 조직 개편 문제를 내각 국무위원들과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이 크게 역정을 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 내가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책임과 관련해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정권 실세들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관피아의 폐해를 끊겠다”며 눈물을 보였으나, 그 다음날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송인 자니윤을 한국관광공사 상임 감사로 임명하라며 낙하산 인사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자니윤은 대선 당시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었으나 관광 분야에 문외한이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자니윤을 직접 만나 관광공사 상임 감사가 아닌 홍보 고문을 제안했고 자니윤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왜 자꾸 쓸데 없는 짓을 하느냐”며 “그대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유 전 장관은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전날 방송된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입니다’에서 “김 전 실장 체제에서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블랙리스트 작성이 대통령의 뜻인지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 전 실장을 보면 혹시 따귀를 때린다든가, 하다못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 하는 걱정 때문에 자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인터뷰에 응한 이유로 “김 전 실장의 뻔뻔한 위증을 보며 제가 아는 진실을 밝히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최현미·박경일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