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80%이상 造船·철강·石化
선제적 구조조정… 고용 확대도

조선·해운 등 일부 분야가 구조조정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의 시행으로 정상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은 올해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시행된 기활법에 대해 산업계와 학계에선 ‘기업 스스로가 사업재편의 동기를 얻고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기업활력법 성과 및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기활법) 신청기업의 80% 이상이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으로, 기업에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활법 시행 후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은 기업은 모두 15곳이다. 이들의 사업재편계획에는 총 1조4285억 원의 신규 투자와 374명의 신규 고용 계획이 포함돼 있다. 사후적 구조조정과는 달리 공급과잉 부문을 축소하고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하는 선제적 사업재편은 투자 및 고용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기활법 승인 기업들은 사업재편 과정에서 다양한 특례를 받았다. 승인 기업들은 신산업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신청 시 가점을 부여받게 됐다.

또 세제상 지원을 요청한 7개 기업은 법인세 이연, 관세 납기 연장, 등록면허세 감면 등으로 납세 부담을 경감하게 됐다.

절차·규제 간소화와 관련, 법상 최장 120일이 소요될 수 있는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사업재편계획 승인과 동시에 완료(3주 이내 소요)했으며,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스마트공장 보급(4개), 히든챔피언기업 육성(3개), 맞춤형 컨설팅(1개) 등 특별지원 프로그램도 유리한 조건에서 신청 가능하게 됐다.

내년도엔 기술보증기금의 참여로 금융 지원이 강화되고, 2조 원 규모의 전력신산업펀드의 본격 운영으로 에너지 신산업 분야 기활법 승인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는 한편, 승인 시 계열사 간 주식교환을 하는 경우에도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이연 특례가 적용된다. 여기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는 데서 비롯되는 미래 기업가치 상승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과잉공급업종에 한정된 점을 완화해 사업재편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선제로 재편할 기회를 넓히라는 주문이 매우 많다”며 “상법상의 혜택 및 규제 완화 확대에 나서는 등의 개선책을 내놓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