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산업경쟁력 강화 장관회의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리에 앉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업계·전문가 ‘냉정한 평가’

시장 분석부터 전문성 결여
한국 해운업 몰락 결과빚어

造船은 ‘골든타임’ 놓쳐버려
철강·石化, 방향 잘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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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진행된 정부의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 등 산업 구조조정은 총체적으로 ‘공보다 과가 많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문제 진단, 시장 분석부터 전문성이 결여된 정부 때문에 해운업은 몰락하고 조선업은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쳤으며 철강 등 나머지 분야도 시장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하는 ‘천수답’(天水畓·빗물에 의지해 경작하는 논) 신세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26일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추진실적 및 향후계획’ 발표를 통해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상시적 시스템을 통한 개별기업 부실징후 평가 및 선제 대응을 추진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전 세계 수주절벽 상황에서 공급과잉, 저가수주 해소에 대한 원칙이 불분명해 국민 세금 수조 원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외국계 컨설팅까지 동원됐지만 결국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빅3 체제 유지라는 결론이 나면서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민간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여신까지 다 떠안는 방식으로 국민 부담만 높였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은 구조조정을 빨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시기를 늦춰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진단했다.

혼란 속에서 수주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1월 기준 수주잔량은 204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13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 드릴십(시추선) 인도 문제, 만기 회사채 도래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우조선이 자산을 처분하고, 신규수주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 중”이라는 안일한 답변을 내놨다.

해운업의 구조조정 성과도 낙제점에 가깝다. 이날 정부는 구조조정 원칙 부제 문제 제기에 “한진해운은 직접고용이 1200명 수준이고 대우조선해양은 4만8000만 명 이상이어서 파급효과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부가 해운업이 전체 수출,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1위, 세계 7위 국가대표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지난 8월 법정관리 신청 이후 국내외에서 선박이 가압류되고 밀린 대금을 요구하는 하역업체들의 작업 거부가 이어졌다.

또 이날 정부는 “원칙 없는 지원은 도덕적 해이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초래한다”며 한진해운 구조조정 실패론을 부정했지만, 이는 분식회계 의혹, 혈세 투입이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향과도 어긋나는 답변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당시 혼란뿐 아니라 한진해운 자산 매각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해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미주 노선은 대한해운이 인수했고 알짜 재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의 과반수 지분과 경영권은 MSC로 넘어갈 예정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은 고용 등 향후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해운은 그렇지 못했다”며 “한진해운 사태로 수출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수습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실토했다.

한편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는 중국의 생산 조절로 인한 철강 가격 상승 등 시장 환경이 최악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보다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 방향을 잡아야 조선, 해운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현진·이근평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