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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2일의 ‘우병우 청문회’는 “혹시나” 하며 TV 앞에 모여든 시민들에게 “역시나” 라는 허탈감을 안겨줬다.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에게 제기된 국정농단 개입 및 방조 의혹에 대해 시종일관 부인 내지는 모르쇠로 나갔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 내내 이미 드러났거나 객관적인 증거마저 부인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와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증언한 녹취록을 공개하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비켜갔고, 최순실 씨를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언론에서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 2014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 있는 동안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서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대통령 비선 실세의 존재를 지적한 ‘정윤회 문건’이 폭로됐고,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불투명하게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대기업의 재단 기금 출연과 최 씨의 재단 돈 사적 이용 등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이날 우 전 수석은 쏟아지는 책망과 심문에 유일하게 인정한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미리 파악해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 하나였다. 그는 “미리 알고 조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마지못해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우 전 수석이 그런 것들을 몰랐다 해도 그는 최소한 민정비서관 혹은 민정수석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 전 수석이 자기의 할 바를 다했다면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라는 헌정사상 비극적 상황을 막았을 수도 있다.

이날 청문회를 지켜보던 기자도, 국민도, 만 20세에 사법고시를 최연소 합격한 엘리트 검찰 출신의 비겁한 태도 속에서 우리 지배권력의 일그러진 모습을 확인하고 좌절했다.

김다영 정치부 기자 dayoung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