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反기업정서 확산 우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박근혜정부 적폐 청산’ 명분을 내세워 촛불집회를 노동개혁 무산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무대로 삼을 태세다. 경제계에서는 촛불집회가 가진 파괴력에 노동개혁 저지 등 의제가 끼어 들어갈 경우 반기업정서 확산은 물론 기업 옥죄기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2일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현재 대통령 퇴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인데 노동계가 박근혜정부 정책 무효화로 포장해 노동개혁 저지에 나설 경우 확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며 “유럽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 움직임이 대세로 자리잡았는데, 우리는 되레 노동개혁이 후퇴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 임원도 “노동계가 촛불 민심으로 포장해 노동개혁 저지를 국민 다수 여론인 양 몰아가고 있는데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라는 점과 관계 없이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정국 혼란에 편승해 자신들의 현안을 자꾸 내세우다 보면 결국 국민 신뢰와 지지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노동계가 내년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재벌 해체 등 정치투쟁의 장으로 삼고자 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노동계가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반기업정서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이 기업 때리기 경쟁을 펼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국회 청문회에 검찰 및 특검 수사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재벌 두드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서 경제계의 이 같은 우려는 실제로 정치권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12월 촛불시민혁명 입법·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정경유착 카르텔 제거, 경제민주화 지속 추진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고, 새누리당 탈당파가 추진 중인 신당 역시 법인세 인상 등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석·최재규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