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일 경기 군포시 고산로 ㈜네브레이코리아 조명생산공장에서 한 직원이 LED 조명 광원의 광속, 자연색 유사도(연색지수), 가시광 스펙트럼 파장 등을 분석하는 ‘적분구 측정’ 작업을 하고 있다. 네브레이코리아 제공

-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로 ‘윈윈 모델’ 확산

中企 기술역량·수익성 개선
제조분야 점유율 4.1% 증가

적합업종 지정됐다가 해제 시
대기업, 민간점유율 확대 주력
中企, 관공서 위주 수주 ‘相生’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술을 인정받고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 합니다.”

LED 조명 전문기업 ㈜네브레이코리아(대표 한상권)의 김정항 부사장은 1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LED 조명 분야는 2011년에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가 지난해 해제됐다. 다만 이후 상생협력을 맺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등 적합업종 효과를 지속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기업은 가정용 LED 등 민간 수요시장에 참여하는 대신 가로등 등 관공서 수요시장 진입을 자제하고, 국내 중소기업과 기술 개발·공동 연구·정보 공유·판로 개척 등 실질적인 상생협력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일반 소비시장은 필립스와 오스람 등 글로벌 기업과 최근 무섭게 시장을 넓히는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호가 가능한 관공서 수요시장에서 중소기업 역량을 확대하고, 대기업은 민간시장에서 국내 기업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네브레이코리아는 가로등, 실내외 경기장·체육관 조명, 횡단보도 투광등 등을 주로 생산하는 관공서 수요 중심 업체로, 지난 2009년부터 기술 개발에 힘써 왔다. 원하는 부분에 정확히 빛을 줄 수 있도록 세밀한 방향 조정이 가능한 ‘비대칭 반사경’과 열을 방출시켜 수명을 유지해 주는 ‘탄소나노튜브’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대기업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실외등 분야에서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자리 잡았다. 3년 연속 조달청 실외등 발주 1위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고, 매년 20~25%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올해 역시 지난해 87억 원을 뛰어넘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월 완공된 ‘서수원칠보체육관’ 내에 농구 경기장 전체 조명 시스템도 미국 업체 머스코와의 경합에서 이겨 네브레이코리아가 설치했다. 최근 농구 경기 방송 중계가 고화질(HD)급으로 이뤄져 경기장 바닥 조도가 1000럭스(lx) 이상이어야 하는데 네브레이코리아의 조명은 두 배인 2000lx가 측정됐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서 사업 기반을 잡고 성장하는 데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뒷받침됐다.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동반위 및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전반적인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다. 상생협력을 한 만큼 대기업이 LED 모듈을 공급하면 네브레이코리아가 완제품을 생산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수요처가 원하는 기술을 제시하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 제공하는 중소기업청의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을 통해서는 뉴질랜드의 조명·전력 판매사인 트랜스넷에 내년부터 5년간 연간 24만 달러(약 2억8473만 원), 총 120만 달러어치를 납품하기로 했다. 트랜스넷이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을 확대하고 있어 더 큰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한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고속도로 가로등 조명사업에 뛰어들어 최근 까우지에∼닌빈 고속도로(50.3㎞) 중 5㎞ 구간 하행선 조명을 기존 고압 수은 나트륨 등(250W)에서 LED 조명(100W)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처음 제시한 에너지 64% 절감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 내년에 나머지 45㎞ 구간과 노이바이∼라오까이 고속도로(270㎞) 등에 대한 교체 작업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3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김 부사장은 “베트남 사업은 저개발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면서 “전기료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존 등이 1년 반 만에 교체해야 하는 반면 LED는 5년 이상 유지돼 교체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브레이코리아 외에도 많은 LED 중소업체가 적합업종 혜택이 끝난 후에도 상생협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 사업의 경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대기업이 대표적으로 참여하고, 여기에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제품을 생산·설치하면서 ‘윈-윈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아파트 LED 보급형 조명 제품의 표준화·규격화를 이루고, 공공대기업(LH)이 준용해 민간 아파트 신규 시장을 창출하고 원가도 절감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는 2011년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지난 2006년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중소기업들이 성장 기반을 잡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동반위는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인 역할 분담과 이를 통해 중소기업 보호 및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개별 중소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단체에서 신청을 받은 후 자율합의를 거쳐 적합업종을 권고해 왔다. 현재까지 109개 품목이 합의·권고됐다. 이 중 대기업이 진입을 자제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확장을 자제하는 등의 적합업종이 74개, 시장감시가 9개, 상생협약이 26개다. 상생협약은 해당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중소기업 등 업계와 정부가 상호 협력하는 것으로, 현재 LED 분야가 여기에 속한다.

적합업종이 자리를 잡으면서 해당 분야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수익성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적합업종 기업의 경우 권고 후 2년간 시장점유율이 이전 2년과 비교했을 때 평균 4.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적합업종 영역 진출 제한으로 경영환경이 개선됐다. 중소 제과점은 2010년 9873개에서 2014년 1만1889개로 늘어났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