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원산발전소 시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민노력동원사업 ‘200일 전투’ 종료를 앞두고 선전선동 차원에서 새로 건설된 원산군민발전소를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이 ‘만리마 속도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 승리를 앞당겨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청진에선 “김정은 처단” 벽서
北내부 反김정은 움직임 관측

북한의 유명 항일혁명 유적지인 보천보에서 ‘김정은 타도하자’는 내용의 종이 전단(삐라)이 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천보는 김일성-김정일 후계구도를 비판하다가 숙청당한 ‘갑산파’의 본산 지역이어서 북한 내부 일각에서 반(反)김정은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청진에서도 김정은 처단을 촉구하는 벽서가 발견돼 북한 당국이 주동자 색출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보천군 보천시장가 길목에서 지난달 20일 ‘김정은 타도하자’라는 글이 적힌 종이 삐라가 살포됐다”면서 “중앙에서 급파된 ‘중앙당 검열 그루빠(그룹)’가 군당위원회에 진을 치고 엄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양강도 혜산시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파견된 그루빠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전 군민들을 대상으로 필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주민들을 의심 명단으로 분류해 심문조사를 벌이는 한편 불의의 시각에 가택 수색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보천보 삐라 살포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 지역이 항일혁명 유적지이자 북한 후계구도 비판의 상징적 지역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김일성은 1937년 6월 4일 함경남도 갑산군 보천면 보천보(현재 양강도 보천군 보천읍)에서 일제 군경을 습격한 ‘보천보 전투’로 항일무장투쟁을 시작했다. 김일성은 보천보에서 ‘일제를 타도하자’고 연설하기도 했다. 당시 보천보 전투에는 북한에서 갑산파로 불리는 항일무장세력이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갑산파는 1967년 5월 4∼8일 조선노동당 제4기 1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일 후계세습구도를 정면 비판했다. 이후 박금철(당 서열 4위), 이효순(당 서열 5위) 등 갑산파는 대거 숙청을 당하게 된다.

이날 RFA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청진시에서 제일 큰 장마당인 수남 장마당의 한 콘크리트 벽에 ‘인민의 원쑤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글이 쓰여 큰 소동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벽서는 학습장 크기의 흰색 글자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외부 접촉이 빈번한 보천보 지역에서 김정은 체제에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체제의 이상징후 출발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