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청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13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병세(왼쪽 세 번째) 외교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황 권한대행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권한대행 첫 공식 국무회의

오후엔 수석비서관들 보고
국무조정실 기능 유지하면서
각 수석 통해 부처 이끌 계획

고건 前총리식 저자세 아니고
대통령 권한도 넘보지 않는 선
국정 균형추 되찾아올지 주목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엔 청와대 정책 부문 수석비서관들의 보고를 받는 등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나타난 고건 전 국무총리 식의 낮은 자세를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권위를 과도하게 넘보지도 않는 2차선에서 제한 속도에 맞춘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청와대와 국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 황 권한대행이 어떤 차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모처럼 찾아온 협치 기류가 물 건너갈 수 있고, 거꾸로 야당 등 국회로 넘어간 국정운영의 균형추를 다시 되찾아올 수도 있어 황 권한대행의 행보가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장악력을 과시하면서도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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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무회의는 황 권한대행이 주재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날 국무회의는 박 대통령이 주재할 순서였다. 즉,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사실상 첫 번째 공식 각료 회의가 이날 국무회의였던 셈이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청와대 경제수석실, 미래전략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등의 정책 현안들을 보고받는다. 전날 청와대 보고에선 황 권한대행은 별다른 지시사항을 말하지 않은 채 “평소엔 총리실 지원을 받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일할 때에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또 유일호 경제팀을 유임시키거나 새 법무부 장관 인선 없이 차관대행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는 점에선 황 권한대행은 안정을 과도하게 인식한 소극적 행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청와대를 활용해 정부 부처를 통제하는 방식을 이원화함으로써 적극과 소극의 중간선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국무조정실이 가진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 수석비서관실을 통해 정부 부처를 채찍질하는 기능 또한 병행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가 된 것이지 청와대 수석비서관실의 직무가 정지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통솔자가 박 대통령에서 황 권한대행으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황 권한대행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진 않지만 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과 강석훈 경제수석 간 핫라인을 조직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도 빠짐없이 보고받기로 했다. 강 수석은 이날 국무회의에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대행 자격으로 참석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비서진을 적극 활용하고, 청와대의 흐름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대목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앞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황교안’에 붙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신분이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에 가깝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황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거든요”라는 발언으로 황 권한대행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이를 두고 여권의 안팎에선 “야당이 대통령의 직무를 중지시키고 그 권한대행까지 예우하지 않겠다면 여론의 역풍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